공인중개사 행세하는 중개보조원…불법중개 처분 통계 관리 '허점'
서울 시내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모습. / 사진 = 서울뉴스통신 DB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중개보조원이 부동산 계약을 사실상 주도하는 불법중개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법 위반 규모와 행정처분 현황은 별도로 집계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사기 등 부동산 거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중개보조원의 신분 고지 의무까지 도입했으나, 실제 위반 사례와 처분 결과를 구분할 수 있는 통계 관리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에 접수된 중개보조원 관련 가능성이 있는 신고는 총 1686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신고 건수는 2022년 21건에서 2023년 175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4년 600건, 2025년 553건을 기록했다. 올해도 8월까지 337건이 접수됐다.
특히 2024년부터 신고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2023년 6월 공인중개사법 개정으로 신고센터에서 접수할 수 있는 거래질서 교란행위의 범위가 확대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고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조사와 확인을 거쳐 실제 시정조치가 이뤄진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연도별 시정조치 건수는 △2022년 1건 △2023년 69건 △2024년 80건 △2025년 179건 △2026년 8월까지 86건으로, 전체 415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사례는 252건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러한 통계만으로 중개보조원이 실제 얼마나 많은 불법행위에 관여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신고 통계에 포함된 공인중개사법 관련 조항은 모두 13개다. 그러나 위반 주체를 중개보조원으로 명확히 규정한 항목은 자신의 신분을 중개의뢰인에게 사전에 알리도록 한 고지의무 조항뿐이다.
나머지 조항은 위반 대상을 '누구든지' 또는 '개업공인중개사 등'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기타 관련자의 신고 사례가 함께 집계되는 구조다.
한국부동산원은 신고 접수 단계에서 위반 의심자가 중개보조원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신고인이 실제 계약에 관여한 사람이 공인중개사 자격을 갖췄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신고 내용만으로 신분을 특정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자체가 조사에 착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담당 공무원이 관련 서류와 등록 사항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가 공인중개사인지 중개보조원인지 구별할 수 있음에도 최종 처분 결과는 위반 주체별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지자체가 중개보조원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에도 해당 내용을 별도의 통계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 처분 대상자를 확인하려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개업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인력으로, 현장 안내나 일반 사무 등 제한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는 중개보조원이 '실장'이나 '이사' 등의 직함을 사용하며 공인중개사인 것처럼 고객을 응대하거나 계약 과정을 주도하는 사례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전세사기 사건에서 중개보조원이 허위 매물 안내나 불법 계약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격 없는 중개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2023년 10월부터 중개보조원이 중개의뢰인을 만날 때 자신의 신분을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고지의무 제도를 시행했다.
소비자가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해 무자격 중개행위와 거래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에도 중개보조원 관련 위반행위와 처분 결과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부산에서는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2022년부터 약 4년간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공인중개사 행세를 하며 중개업무를 수행한 혐의를 받는 60대 중개보조원이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이처럼 불법중개 의심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신고 건수와 시정조치 실적을 집계하는 것만으로는 현장의 위법행위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염태영 의원은 중개보조원의 명의대여와 무자격 중개행위 등이 전세사기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고 접수와 지자체 조사 요청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위반행위의 주체가 누구인지 구분해 행정처분과 수사의뢰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개보조원 관련 위반 사례를 별도로 분류하고, 처분 결과까지 추적할 수 있는 통계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