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농작업 온열질환 급증…4년 새 3.4배
영광군, 폭염 속 장애인일자리·장애인활동지원 안전관리 강화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폭염 속 농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열질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정부가 쿨링조끼를 보급하고 드론을 활용한 예찰에 나서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논밭과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년 사이 3배 넘게 증가했다.
농작업은 생육 시기와 수확 적기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작업 중단을 권고하기보다 작업 종류와 강도에 따른 구체적인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촌 주민을 위한 폭염 대응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논밭과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021년 177명에서 지난해 595명으로 4년 만에 약 3.4배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9일까지 농작업 현장에서 44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온열질환자는 3320명, 추정 사망자는 30명으로 집계됐다.
농촌은 고령인구 비중이 높고 논밭과 비닐하우스 등 고온에 노출되는 작업환경이 많아 폭염에 특히 취약하다. 특히 자영농 비중이 높아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작업관리와 보호조치를 적용받기 어렵고, 혼자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 온열질환 발생 시 발견이나 응급조치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폭염 장기화에 대응해 농업인 보호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 91개 시·군에 농어촌 온열질환 예방요원을 배치해 고령·독거 농업인을 찾아가 안부를 확인하고 예방수칙과 안전용품을 제공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 지방자치단체는 드론과 차량을 활용해 논밭을 예찰하고 한낮 농작업 중지를 안내하고 있다. 농업인에게 쿨링조끼 3만벌을 공급하고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다국어 안전수칙과 신고요령도 배포했다.
폭염 단계별 행동요령도 마련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 야외 농작업을 줄이거나 작업시간을 조정하고, 폭염경보 때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농작업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면 야외와 고온의 실내 농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농업 현장에서 이 같은 권고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관수와 병해충 방제, 수확 등은 작업 시기를 놓치면 농작물 피해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행동요령도 '작업시간 조정'이나 '작업 자제·중지' 등 포괄적인 수준이어서 어떤 작업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농경연의 지적이다.
이에 농경연은 기온과 습도뿐 아니라 직사광선과 복사열까지 반영하는 습구흑구온도(WBGT)를 농작업 위험정보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논밭이나 비닐하우스처럼 실제 작업환경에서 발생하는 열스트레스를 체감온도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WBGT를 기준으로 폭염 위험을 5단계로 구분하고 작업 종류와 강도에 따른 행동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WBGT가 28도일 때는 과일·채소 수확이나 트랙터 운전 등 중등도 작업이 가능하지만, 30도에서는 가벼운 작업만 하도록 하고 33도에 이르면 안정을 취하도록 권고한다.
농경연은 우리나라도 폭염 위험 수준에 따라 가능한 농작업의 종류와 강도, 연속 작업시간과 휴식시간, 작업중단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근로자를 고용한 농가에는 작업중단과 신체 냉각, 비상연락망, 의료기관 이송 절차 등을 포함한 온열질환 예방대책을 사전에 마련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무더위쉼터 역시 마을회관과 경로당 중심에서 벗어나 마을 구판장과 유휴공간 등으로 확대하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위해 냉방시설을 갖춘 이동형 쉼터와 야간 쉼터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농경연은 "농업 현장은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폭염 때 농작업을 완전히 중단하기 어렵다"며 "일률적으로 농작업 자제·중지를 권고하기보다 폭염 위험 수준에 따라 작업 강도를 낮추거나 중단해야 하는 농작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