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이재용 회장 “비바람은 다 제 탓으로 돌릴 것…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전시 기념 갈라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6.01.29. nimini73@daum.net

【서울 = 서울뉴스통신】 신현성 기자 =총파업의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던 삼성전자 노사 관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전격적인 대국민 사과와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로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사측이 노조의 핵심 요구 사안이었던 대표교섭위원을 전격 교체함에 따라, 노사는 오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파업 파국을 막기 위한 본격적인 막판 협상에 돌입한다.

△ 이재용 회장 귀국길서 대국민 사과… “비바람은 내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릴 것”

해외 출장을 마치고 16일 오후 2시 25분께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한 이재용 회장은 공항에서 최근의 노조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이 회장은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항상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채찍질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이 회장은 노조를 향해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이 회장은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당부했다.

사측, 노조 요구 수용해 ‘교섭위원 전격 교체’… 18일 중노위 위원장 참관 하에 최종 교섭

이 회장의 직접적인 메시지가 나온 직후, 얼어붙었던 노사 대화의 물꼬는 빠르게 트이기 시작했다.

사측은 그동안 노조가 거세게 요구해 온 ‘대표교섭위원 교체’ 카드를 전격 수용했다. 기존 김형로 부사장에서 실무를 총괄하는 여명구 피플팀장으로 협상 대표를 바꾼 것이다. 새로 임명된 여명구 팀장과 노조 지도부는 이날 오후 4시 사전 면담을 갖고 향후 교섭 방식과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며 탐색전을 벌였다.

노사는 오는 18일 세종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추가 교섭을 이어간다. 이번 교섭의 중요성을 감안해 중노위 위원장도 직접 참관해 중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사는 지난 11~13일 마라톤 사후조정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평택캠퍼스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노조 측과 면담했다. 사진=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제공. 2026.05.15.

노조 “신뢰 회복 노력 기대”… ‘OPI 상한 폐지’ 등 성과급 기준이 최대 분수령

이 회장의 사과에 대해 노조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대화 기조로 선회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회장님의 사과 내용을 확인했다”며 “신뢰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 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다만, 18일 열릴 본교섭의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가장 핵심 쟁점인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두고 여전히 양측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노조는 성과급 지급 기준의 투명화와 현행 OPI(초과이익성과급)의 상한선 폐지 및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번 18일 추가 교섭마저 불발될 경우, 노조는 예고한 대로 오는 21일부터 18일간의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배수진을 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의 총수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통해 책임감을 보여주면서 교착 상태였던 협상 전반에 확실한 변화의 신호탄이 켜졌다”며 “사측이 파격적으로 교섭위원까지 교체하며 성의를 보인 만큼, 노조 역시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임해 파국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