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마약사범 급증세…10년 새 5배·친밀관계 영향 주목
최근 10년 사이 여성 마약사범이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약물 문제의 배경에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과 사회적 조건이 깊이 작용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주사기_2026.04.24) / 사진=유토이미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최근 10년 사이 여성 마약사범이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약물 문제의 배경에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과 사회적 조건이 깊이 작용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공개한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약물 사용 경험은 단순 개인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구조적 환경 속에서 형성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2024년 마약류 범죄백서’ 기준으로 여성 마약사범은 2014년 1378명에서 2024년 6463명으로 약 4.7배 증가했다. 전체 마약사범 중 여성 비율 역시 같은 기간 13.8%에서 28.1%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연구를 진행한 최미경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여성의 경우 일정 기간 사용 후 가족이나 주변에 의해 발견되면서 치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현재 통계는 실제 규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낙인 문제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약물 사용 이력이 가족에게 알려질 경우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치료나 회복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약물 유형 측면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이 두드러졌다. 다이어트 약이나 수면제, 신경안정제처럼 일상적으로 접근 가능한 약물이 오히려 경각심 없이 사용되며 의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동일한 양의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여성은 신체적·정서적 특성으로 인해 더 빠르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지방 비율과 불안, 우울 등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에서는 사회·문화적 배경 역시 중요한 변수로 제시됐다. 가정 내 통제나 폭력 경험, 가족주의 문화 속에서 형성된 억압적 환경이 여성의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외모와 신체가 경쟁력으로 작동하는 사회 분위기 또한 약물 사용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치료 체계의 한계도 짚었다.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약물 치료 시스템이 여성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보다 세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의 생애 경험과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와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