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주장 인터뷰한 교수…대법 “불기소만으로 허위 단정 못해”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동료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언론 인터뷰를 한 대학교수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성폭행 혐의에 대한 형사 고소가 불기소 처분됐다는 이유만으로 피해 주장 자체를 허위 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경북 지역 한 사립대 교수 김모 씨의 명예훼손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김씨는 2021년 2월 경찰에 동료 교수 A씨를 강간 혐의로 고소한 뒤 같은 해 5월 복수의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6월 회식을 마친 뒤 A씨가 집까지 바래다준다는 이유로 따라 들어와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2021년 5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명으로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글을 올렸고, 다음 날과 그 다음 날 각각 다른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의 성폭행 혐의를 수사한 경찰은 같은 해 7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김씨가 이의 신청을 했지만 검찰 역시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김씨는 재정신청까지 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고, 결국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경찰과 검찰의 불송치·불기소 결정 등을 근거로 김씨의 발언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범죄 성립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발언을 곧바로 허위 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발언 내용이 객관적으로 거짓이라는 점뿐 아니라 발언자가 그 내용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까지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 취지도 고려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2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