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유가·환율 동반 급등…물가 상승 압력 커진다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 전망에도 경고 신호가 켜졌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정부가 제시한 2%대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과 관련해 “초기 단계이지만 경각심을 갖고 매일 점검하며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대외 충격 요인이 안정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원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500원을 돌파한 뒤 1476.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환율은 157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는 국제유가 상승도 자극하고 있다. 이란이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3.33달러(4.67%) 오른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됐다.

해상 물류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일부 제한되면서 주요 해운 노선 운임은 보름 만에 약 3배 상승했고 물동량은 8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기름값에도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전날 기준 서울 지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21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66원 상승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1751원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있지만, 이번에는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불안 심리가 가격 상승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는 ‘더블 쇼크’가 지속될 경우 전반적인 민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물류비, 외식·가공식품 가격 등으로 순차적으로 파급될 수 있다.

여기에 환율 상승이 겹치면 원유뿐 아니라 곡물과 사료 등 주요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국내 경제 성장률이 최소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1.1%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는 ‘오일쇼크’ 수준의 상황에서는 성장률이 0.8%포인트 낮아지고 물가는 2.9%포인트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5%대 고물가 구간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2% 수준이다. 한국은행 역시 수정 전망에서 같은 수준을 제시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를 전망했다. 다만 이러한 전망은 국제유가 안정과 완만한 소비 회복을 전제로 한 수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약 64달러 수준으로 가정해 전망을 제시했지만 최근 유가 상승 흐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약 20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에너지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 외 지역에서의 원유 확보 방안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