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 급증세…‘3말4초’ 부동산 시장 분수령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물이 빠르게 늘어나며 집값 흐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강남3구와 용산구의 집값이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시장 방향을 가를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어 온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3구와 용산구의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기존 호가보다 수억 원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면서 매도자 중심이었던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매수자들은 추가 가격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매입 시점을 미루는 분위기다. 더 낮은 가격의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거래는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수급 지표도 균형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월 첫째 주 98.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는 0에서 200 사이에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나타내며 100 미만이면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적다는 의미다.
매물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17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5만5420건과 비교해 약 29.5% 늘어난 수치다. 거래는 줄고 매물은 늘면서 가격 조정 압력도 커지는 양상이다.
현장 중개업소에서도 시장 변화가 감지된다. 서울 동작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호가를 유지하면 문의 자체가 거의 없다”며 “가격이 더 내려가면 연락을 달라는 매수 대기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장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는 오는 5월 9일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다. 유예가 끝나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서 다주택자는 기본세율 6~45%에 더해 최대 30%포인트의 중과세가 적용된다.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절세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도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에 유도하기 위해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매수할 경우 실거주 의무를 최대 2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다주택자가 중과 배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약 3주가량 소요되는 토지거래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5월 9일 이전 거래를 마치려면 현실적으로 4월 초까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절세 목적의 매물이 집중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세 부담을 이유로 매물을 거둬들이는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 단기적으로 공급 감소로 가격 반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중장기 세 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들이 매도에 나설 경우 매물 증가와 함께 가격 조정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 집값 저점을 단정하고 성급하게 매수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부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강남3구와 용산구는 당분간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이전의 최고가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수요자라면 절세 매물을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시장 저점을 단정하고 서둘러 매수할 필요는 없다”며 “토지거래허가제의 반사이익을 기대해 인근 지역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