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도 사외이사 교체 제한적…4대 금융 “이사회 안정” 무게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도 사외이사 교체 폭을 최소화하며 이사회 안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교체와 신규 후보 추천 절차를 대부분 마무리했다. 전체 사외이사 32명 가운데 임기가 만료되는 인원은 23명이었지만 실제 교체된 인원은 6명에 그쳤다.

대부분 사외이사를 유임시키며 급격한 인적 변화 대신 안정적인 이사회 운영을 선택한 셈이다.

다만 이사회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일부 구성에는 변화가 있었다. 금융지주들은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금융소비자 보호, 지배구조,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새롭게 영입하는 방식으로 이사회 구성을 일부 재편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금융지주들이 선제적인 개편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먼저 지배구조 혁신에 과감하게 나서주길 바란다”며 자율적인 변화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 금융지주당 1~2명 수준의 교체만 이뤄지며 변화 폭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연임 구조를 두고 이사회가 경영진을 보호하는 ‘참호 구축’이나 ‘셀프 연임’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비판해 왔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지배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지적한 이후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당국은 금융지주 CEO 연임 시 주주총회 일반결의 대신 특별결의를 적용하는 방안과 사외이사 임기를 3년 단임제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특별결의는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방식으로 주주의 통제권이 강화되는 구조다.

국회에서도 금융지주 CEO의 셀프 연임을 제한하기 위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EO 연임 시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이번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금융지주들은 CEO 연임 관련 특별결의 도입 등 제도 개편에는 나서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공식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우리금융만 CEO 3연임 의결 기준을 일반결의에서 특별결의로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TF는 이달 중 검사 결과와 함께 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지주 주주총회 일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번 정기 주총 안건에 해당 개편안이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