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경매시장도 냉각 기류…낙찰가율 하락에 응찰자 감소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서울 강남권 집값이 하락 전환하자 그동안 ‘규제 틈새시장’으로 주목받던 아파트 경매 시장도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 급매물이 늘어나면서 경매 물건의 가격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9계)은 시작부터 한산한 분위기였다. 165석 규모의 법정에 약 50명만 자리를 지켰고, 실제 입찰에 나선 인원은 더 적었다. 현장을 찾은 한 임대업자는 “최근 경매 인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관망 분위기를 전했다.

경매 시장은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현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활기를 띠었다. 경매는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2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예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급매물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쏟아지며 매매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고, 집값 상승 기대감도 꺾였다. 감정가가 6개월 전 시세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경매 물건의 매력도 상대적으로 낮아진 셈이다.

이날 유일하게 낙찰된 서초동 서초자이 전용 149㎡(9층)는 낙찰가율 92.4%를 기록했다. 한 차례 유찰돼 최저가가 20% 낮아진 점을 감안해도 낮은 수준이다. 응찰자는 10명으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8.05명)를 소폭 웃도는 데 그쳤다.

반면 종로구 창신동 창신쌍용아파트 전용 106㎡는 감정가 8억590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1.7%로 전월(107.8%) 대비 6.1%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1월 107.8%로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4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다만 빌라(연립·다세대) 경매는 대조적 흐름을 보였다. 서울 빌라 낙찰가율은 1월 75.1%에서 2월 79.1%로 4%포인트 상승했다. 저가 매물을 찾는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날 낙찰된 13건 가운데 7건이 1500만원~4억원대 빌라였다.

시장에서는 경매가 통상 집값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 매물 증가와 매수 관망세가 이어지는 한 경매 시장도 당분간 조정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심리로는 몇 달간 신중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