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3자 보유 종목 추천·선행매매도 주가조작”…2심 무죄 뒤집어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자신 또는 제3자가 보유한 종목을 사전에 매수한 뒤 이를 추천하는 이른바 ‘선행매매’ 행위가 주가조작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하나증권 소속 애널리스트 이모 씨의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사건에서 무죄 취지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17년 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이진국 전 하나증권 대표 계좌를 활용해 선행매매를 하도록 해 약 1억3960만원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8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장모 명의 계좌를 이용해 1390여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자신이 작성한 기업분석보고서 공표 이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활용해, 보고서 발표 전 특정 종목을 사전 매수하도록 한 뒤 공표 이후 매도하게 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주요 경제지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경력이 있다.
1심은 일부 선행매매 행위를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애널리스트가 제3자의 보유 사실이나 매수 추천 사실을 보고서에 명시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직무 관련 정보 이용 일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형량을 유지하되 사회봉사 시간을 80시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애널리스트가 추천 종목을 제3자가 보유하고 있고, 추천 이후 매도할 수 있는 이해관계를 명시하지 않았다면 이는 투자자문업자가 사전 매수 사실을 숨긴 채 매수를 권유하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해당 행위는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며 “원심이 사기적 부정거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함께 기소된 이진국 전 하나증권 대표는 선행매매를 지시하거나 공모했다는 혐의에 대해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법원은 관련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애널리스트의 이해상충 관리 의무와 자본시장 내 정보 비대칭 문제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