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청소년 흡연 증가 부추기나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국내 담배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낮은 가격이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사실상 담뱃값이 인하된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청소년의 평생 흡연율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전체 담배제품 사용률은 9.59%로, 2022년(3.93%), 2023년(6.83%)보다 크게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상대적으로 낮은 담배 가격을 지목한다. 충동과 호기심에 취약한 청소년에게 5000원 미만의 담배 가격은 경제적 장벽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담배 가격 인상을 청소년 흡연 감소의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 꼽고 있다. WHO는 최근 권고안을 통해 2035년까지 담배를 포함한 유해 소비 제품에 건강세를 부과해 실질 가격을 최소 50% 인상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했다.

실제 2012년부터 2022년 사이 약 140개국이 담배 세금을 인상했고, 그 결과 실질 담배 가격이 평균 50% 이상 상승했다는 분석도 있다. 학계에서는 가격 탄력성이 높은 청소년층에서 가격 정책의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국내 담뱃값이 2015년 인상 이후 10년 가까이 사실상 동결 상태라는 점이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약 2% 상승해 누적 20%가량 올랐다. 단순 물가 상승분만 반영해도 현재 담배 가격은 최소 5400원 수준이 돼야 하지만, 여전히 45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물가 대비 ‘실질적 인하’ 상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담배 가격은 낮은 편이다.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35위로, OECD 평균 담배 가격(약 9869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유통 환경 역시 청소년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외식·간식 메뉴 가격이 8000원을 넘는 상황에서 담배 한 갑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체감 부담이 낮다는 것이다. 2026년 최저시급 1만320원을 기준으로 하면 1시간 아르바이트로 두 갑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편의점의 밀집 출점과 24시간 운영되는 무인 매장 확대도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성인 인증 절차가 마련돼 있더라도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경우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과 접근성이 모두 낮아진 환경은 청소년에게 흡연이 어렵지 않은 선택지라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초기 흡연 경험이 장기 흡연으로 이어질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가격 정책과 유통 관리 강화가 청소년 건강권 보호의 핵심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