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 中유출’ 전 삼성전자 간부…대법 “누설도 별도 처벌” 파기환송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삼성전자 부장 등이 대법원 판단에 따라 다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1·2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일부 ‘영업비밀 누설’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판단하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및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 삼성전자 부장 김모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일부 감형됐다. 공범으로 기소된 협력업체 전 부장 방모씨와 직원 김모씨 역시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쟁점은 2022년 9월 별도 서버에 반도체 관련 기술을 탑재한 행위가 ‘영업비밀 누설’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2심은 해당 행위를 이후 도면 작성에 활용한 ‘영업비밀 사용’ 범죄로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누설 행위 자체는 사용 목적의 전달에 불과하다며 별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용과 누설을 별개의 범죄로 봤다. 영업비밀을 알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이를 넘긴 경우, 이후 함께 사용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누설 및 취득에 따른 독립적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의 취득, 사용, 제3자 누설, 무단 유출 등을 각각 독립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해당 사실을 알면서 사용하는 행위 역시 별도의 범죄”라고 판시했다.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하려는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2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영업비밀 누설 부분은 다시 심리된다. 다만 검사만 상고했던 공범 2명은 누설 관련 혐의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분에 한해 재판을 다시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삼성전자 기술팀 부장 출신으로, 중국 내 반도체 D램 제조 핵심 장비인 ALD(원자층 증착) 장비 개발 기업이 없다는 점을 노려 현지에 반도체 장비업체 A법인을 설립했다.

그는 2022년 2월부터 9월까지 삼성전자의 반도체 증착장비 설계 기술자료를 별도 서버로 전송하고, 급여 및 주식 배분을 약속하며 반도체 장비 제조사 직원 3명을 이직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직 전 확보한 핵심 기술자료는 이후 ALD 장비 제작에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추산한 유출 기술의 개발비용은 총 736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중국 현지에서 위장 회사를 통해 고용계약을 체결하거나 영문 가명을 사용하는 등 은밀하게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반도체 등 국가 핵심 산업기술 유출 사건에서 ‘누설’과 ‘사용’을 별개 범죄로 엄격히 구분한 첫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향후 산업기술 보호 사건의 법리 적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