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중교류] "춘절은 마음의 안식이자 정체성"…한국에서도 중국식 명절 풍습 이어가

【서울 = 신화/서울뉴스통신】 권나영 기자 = 중한 양국은 모두 춘절(春節·음력설)을 연중 가장 중요한 명절로 꼽는다. 특히 장광페이(張廣菲)에게 춘절은 명절 그 이상으로 가족·추억·문화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네이멍구(內蒙古) 츠펑(赤峰) 출신 장광페이는 2010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언어는 물론 생활 리듬과 명절 분위기까지 모두 달라 큰 괴리감을 느꼈던 그는 천천히 낯선 도시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고 한다. 학업을 마친 그는 한국에서 일 하며 장자커우(張家口) 출신 남편과 가정을 꾸렸다. 올해 3월에는 그의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한 해 동안 아무리 바빠도 춘절만큼은 반드시 가족과 함께 보내요.” 장광페이의 말이다.

그는 한국에서 보낸 첫 춘절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중국 춘절의 떠들썩한 분위기와 달리 한국의 설 연휴는 짧고 거리 분위기도 그다지 화려하지 않으며 대체로 가족 단위로 제사를 지내고 차분하게 모이는 분위기다.

그해 그는 한국 친구 집을 방문해 함께 제사용 전을 부치고 친구에게 자오쯔(餃子·교자) 빚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양국의 문화가 부엌에서 어우러지며 온정이 더해진 시간이었다.

장광페이는 한국에 정착한 후 집에서 ‘중국식 춘절’을 보내기 시작했다.

춘절 일주일 전부터 집안의 분위기는 서서히 달라진다. 집 청소, 살림 정리, 중국에서 춘롄(春聯·음력설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는 글귀)과 촹화(窗花, 창문에 붙이는 종이공예) 공수하기, 차이나타운에서 식재료 구입하기 등 그는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명절”이라고 말한다.

세 식구에게 녠예판(年夜飯·섣달 그믐날 함께 모여 먹는 가족 식사)은 춘절의 핵심이다. 아무리 바빠도 자오쯔는 꼭 빚는다.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피를 밀고 소를 만들어 자오쯔를 빚는 모습은 장광페이가 생각하는 ‘단란함’에 가장 가까운 풍경이다.

섣달그믐날 밤을 새는 것도 가족이 항상 지켜온 전통이다. 밤이 깊어지면 장광페이는 중국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한다. 화면 저편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 사이에는 웃음소리와 축복의 말이 오가고 창밖에선 폭죽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한국의 밤은 조용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따뜻하다. 그는 “영상통화를 하다 보면 해외에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느껴지지만 가족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오래 생활한 장광페이는 한국 친구와 동료들에게도 춘절 인사를 건넨다. 간단한 새해 인사 한 마디는 안부를 건네는 것이자 마음을 나누는 행위다. 그는 예전에는 춘절 아침이면 한국 친구들과 떡국을 먹고 윷놀이를 즐기거나 그들을 초대해 중국식 녠예판을 대접하기도 했다. 다른 두 문화가 명절을 통해 서로 마주하며 이해를 나눈 순간이다.

2010년 한국 유학을 시작해 지금은 정착하고 창업까지 한 장광페이의 삶은 이미 이곳과 깊이 맞닿아 있지만 춘절만큼은 중국식 전통을 지키고 있다.

아이가 생긴 후 이런 노력은 더욱 의미를 갖게 됐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국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딸은 부모가 기억하는 왁자지껄하고 화려한 중국 춘절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내년 춘절에는 아이와 함께 중국으로 돌아가 폭죽 소리를 듣고 거리의 활기를 체험하며 ‘명절 분위기’를 직접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 장광페이의 바람이다.

그는 “어릴 적 할아버지 댁에서 보낸 춘절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춘절은 마음에 안식을 주고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