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판소원은 개헌 사안”…헌재엔 “본질 호도” 직격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대법원이 재판소원 허용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 개정 없이는 도입이 불가능하다”며 명확한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더불어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의 성격을 ‘기본권 구제 절차’로 설명한 데 대해 “본질을 호도한다”고 지적하며 정면 비판했다.
11일 정치권·법조계에 따르면 대법 법원행정처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헌재법 개정안에 대해 36쪽 분량의 반대 검토 의견서를 제출했다. 개정안은 대법 상고심 등으로 확정된 판결이라도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절차 위반 등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은 헌법 제101조를 근거로 “재판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최고법원인 대법원을 끝으로 종결되도록 한 것이 헌법의 한계 설정”이라며 입법으로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또 2001년 헌재 전원재판부 결정례를 인용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한 현행 규정은 헌법상 당연한 확인”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재판소원은 사실상 제4심제 도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은 “재판의 지속·반복으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승소 당사자에게 시간·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며 사회 전체의 법률관계를 불안정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사례를 들어 인용률이 극히 낮아 “재판의 실질적 종결만 늦추는 고비용·저효율 제도”라며, 소송비용만 늘리는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헌재를 향한 비판 수위도 높였다. 헌재가 재판소원을 ‘확정 재판에 대한 기본권 구제’로 설명한 데 대해 대법은 “그 본질과 실체를 호도한다”며 “재판소원은 대법의 재판 기능과 중복되는 제4심”이라고 반박했다. 민·형사소송에서 헌법·법률 위반은 이미 상고이유로 규정돼 있고, 명령·규칙의 위헌심사권 역시 대법이 행사하는 점을 들어 헌재가 재판소원을 맡을 경우 ‘법률심’ 기능까지 수행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대법은 재판소원 도입 시 헌재로의 사건 쏠림으로 헌법소원 본연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해당 개정안을 상정하고, 오후 전체회의를 예정하고 있어 법안이 곧바로 처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