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ASF·산불 겹쳤다…설 앞두고 먹거리 물가 불안 커지나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최근 전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동시에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축산물 수급 불안과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전국 곳곳에서 산불까지 잇따르며, 설 명절을 앞둔 먹거리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2026년 동절기 기준 고병원성 AI는 전날까지 총 42건 발생했다. 직전 동절기 같은 시점의 34건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다. 이번 겨울은 첫 발생 시점이 지난해 9월 중순으로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졌고, 그만큼 방역 기간이 길어지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축종별로는 닭 발생이 가장 많았고, 야생조류에서도 확진이 이어져 농가로의 추가 유입 위험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H5N1·H5N6·H5N9 등 복수 혈청형이 동시에 검출됐고, H5N1은 감염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ASF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확인된 발생 건수는 10건으로, 2월 초 기준 이미 지난해 연간 발생(6건)을 넘어섰다. 경기·강원·전남·전북·충남·경남 등 전국적으로 산발적 발생이 이어지며 방역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간담회에서 일부 사례의 혈청형이 해외 유래와 연관된 점을 언급하며, 사람·물류 이동에 따른 유입 가능성도 포함해 원인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까지의 살처분 규모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2월 이후 AI로 살처분된 산란계는 약 128만 마리로 전체의 1.5% 수준이고, ASF로 살처분된 돼지도 전체 사육 두수의 1% 미만이다. 다만 두 질환 모두 전염성이 강하고 겨울·봄철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추가 확진으로 살처분 규모가 확대될 경우 가격 상방 압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가격 흐름은 품목별로 엇갈린다. 계란은 비교적 안정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특란 한판(30구) 소비자가격은 전년과 평년보다 낮다. 반면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는 전년 대비 4~6%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설 성수품 수요가 겹치면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산불이라는 변수도 더해졌다. 최근 경북·부산·전남·강원·대전 등지에서 산불이 잇따르며 산림과 인근 농축산 생산·출하 여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2월은 대기가 건조해 산불 위험이 큰 시기여서, 재난이 장기화될 경우 먹거리 공급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방역과 산불 대응을 병행하면서 수급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필요 시 비축 물량 방출과 할인 지원 등 가격 안정 대책을 가동해 명절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