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한미 통상 갈등 비화하나…미 투자사들 美정부 조사 요구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쿠팡을 둘러싼 국내 규제 논란이 한미 통상 갈등과 국제 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했다며 미국 정부에 공식 조사를 요청하고,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까지 예고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쿠팡의 주요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미국 무역대표부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미 무역법 301조에 따라 조사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301조는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의 불공정 행위가 확인될 경우 관세 등 보복 조치를 허용하는 규정으로, USTR은 청원 접수 후 45일 이내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들 투자사는 동시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ISDS 중재의향서도 발송했다. 이는 즉각적인 중재 개시를 의미하진 않지만, 90일 이후 정식 중재 제기가 가능해 사실상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한국 법무부는 중재의향서 제출 사실을 확인하며 관련 쟁점을 검토하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자사들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한국 당국이 쿠팡을 상대로 여러 정부 기관을 동원해 반복적인 압수수색과 제재를 가했고, 이로 인해 수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그린옥스는 11억달러 이상, 알티미터는 약 2억1000만달러 규모의 쿠팡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조치로 쿠팡 시가총액이 수십억달러 감소했고, 미국 연기금을 포함한 주주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고도 밝혔다.

특히 투자사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발언까지 문제 삼았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에서 멀어지고 중국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선거 과정에서 쿠팡에 대해 적대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총리가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마피아를 소탕하듯 시장 질서를 잡아야 한다”고 언급한 발언을 쿠팡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 벤처 투자자들이 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번 사안이 한미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USTR이 조사에 착수하거나 ISDS 중재가 본격화될 경우, 한국은 통상 보복 가능성과 장기 국제 분쟁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어 향후 정부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