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고립 청년 50만 시대…유튜브서 제한적 소통, 회복의 실마리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우리나라 은둔·고립 청년 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일부 청년들이 유튜브를 매개로 자신을 드러내고 제한적인 방식의 소통을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공간이 단절된 일상과 사회를 잇는 완충 지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복을 돕는 사회복지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2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유튜브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 은둔·고립 청년의 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은둔·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은 약 51만3000명으로 전체 청년 인구의 5.2%에 달한다. 은둔은 취업 실패, 가족 갈등, 학교폭력 등 누적된 위기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형성되고, 신체적·심리적 건강 악화와 일상 기능 상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사 결과 은둔·고립 청년의 23.2%는 동영상 시청에, 15.6%는 온라인 활동에 일상의 상당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지난해 4월 말 기준 유튜브에 게시된 공개 영상과 회원 전용 영상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은둔’, ‘히키코모리’, ‘우울증’, ‘무기력’, ‘공황’, ‘불안장애’, ‘정신과’, ‘자살’ 등 은둔·고립 청년이 실제 사용하는 언어를 키워드로 분석한 결과, 5개 채널과 155개 영상이 연구 대상으로 선정됐다. 채널 운영자는 20~40대 남녀로, 평균 은둔 기간은 8년에 달했다.
참여자들은 가족 해체, 학교폭력, 정서적 방임 등 반복된 상실과 외상을 경험하며 심리적 기반이 무너졌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자기혐오와 감정 조절 실패, 분노 폭발로 이어졌고,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고립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정 시점 이후에는 새로운 사회적 경험에 대한 갈망이 나타났고, 유튜브는 타인의 일상과 사회적 경험을 관찰할 수 있는 창구가 되며 현실 사회로의 복귀를 상상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일부 은둔·고립 청년은 자신의 상처와 회복 과정을 공유하며 자기 치유와 정서적 회복을 기대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 참여자는 “이 순간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기록한다면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구독자들의 응원과 격려는 언어 사용과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에게 사회적 훈련의 기회를 제공했고, 무인 카페 이용이나 배달앱 활용 등 비대면 서비스를 통한 사회 참여 연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보고서는 은둔·고립 청년의 회복을 위해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공간을 활용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온라인 관계 형성이 실제 자립과 사회 참여로 연결되도록 디지털 기반 상담, 자조 모임, 커뮤니티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혐오 표현 대응 등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안전한 참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소수 사례를 중심으로 한 질적 연구인 만큼, 전체 은둔·고립 청년을 대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