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 근로자’ 추정제 추진…노사 모두 부담 토로, 현장 안착 가능할까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정부가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등 기존 노동관계법의 보호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제정과 함께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한다. 노무를 제공하면 우선 법적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업주가 입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물론 보호 확대를 요구해 온 노동계까지 제도의 실효성과 현장 혼란을 우려하고 있어, 입법 이후 안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여당과 함께 ‘권리 밖 노동’ 문제 해결을 목표로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를 패키지로 추진 중이다. 기본법은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을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기본적인 권리 보장과 분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금지 조항을 포함하고, 국가와 사업주의 책임을 명시하는 한편, 성희롱·괴롭힘 피해 상담과 분쟁 해결을 지원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지원재단(가칭)’ 설립도 담겼다. 분쟁 신청을 이유로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 추정제가 신설된다. 특고·프리랜서·플랫폼 종사자라 하더라도 ‘타인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했다’는 전제 사실이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이를 반증해야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구조다. 이 제도는 퇴직급여 체불, 최저임금 위반 등 근로자 개념을 전제로 한 다른 제도에도 연동 적용된다. 정부는 이른바 ‘가짜 3.3’ 계약 등 근로자성 오분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경영계의 우려는 적지 않다.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고용·산재보험은 물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사업주 부담이 발생하고, 해고 제한과 초과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의무도 적용될 수 있다. 사용자 단체들은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입증책임 전환으로 소송 위험이 급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 추정제 취지는 의미가 있지만, 영세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절대 다수인 현실에서 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며 “소송비용만 최소 1000만원 이상 드는 상황에서 대응 여력이 없는 사업장이 많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역시 비판적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근로기준법 정의 규정에 명시하지 않은 채 추정제만 도입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 개정 없는 입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분쟁을 제기해야만 근로자로 인정받는 구조는 또 다른 진입장벽”이라며 “노동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는 보호는 해결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은 국회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5월 1일 노동절까지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근로자성 판단을 둘러싼 분쟁 증가와 노사 모두의 부담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따라, 근로자 추정제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