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a 현장] 대법 "피자헛, 합의 없는 215억 반환하라"…투썸플레이스·BBQ 등 1조 원대 소송전 ‘분수령’(2보)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주된 수익 구조인 ‘물류 마진(차액가맹금)’ 생태계가 법원의 엄격한 잣대 위에 올라섰다. 대법원이 한국피자헛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부당하게 수취한 차액가맹금을 돌려주라고 최종 판결하면서, 유사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투썸플레이스를 비롯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경영 구조 개편이라는 거대한 과제가 던져졌다.

◆대법원, “구체적 합의 없는 가맹금 수취는 부당이득” 법리 확정

15일 대법원은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본사는 점주들에게 총 215억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의 핵심은 가맹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을 본사가 일방적으로 수취할 수 있느냐였다.

대법원은 차액가맹금을 포함한 가맹금의 지급은 가맹계약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므로, 이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주와의 구체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단순히 물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차액가맹금 지급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피자헛 본사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수취한 215억 원을 반환하게 됐다.

◆프랜차이즈협회 “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 심각한 유감 표명

이번 판결에 대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즉각 입장문을 발표하고 “프랜차이즈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차액가맹금은 로열티 계약이 어려운 국내 상거래 환경에서 수십 년간 이어온 관행”이라며, 이번 판결이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을 뒤흔드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협회는 가맹점 100개 미만의 중소 브랜드가 업계의 9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유사 소송이 확산될 경우 영세 가맹본부의 줄폐업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번 판결이 고용 축소 및 K-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투썸플레이스·파스쿠찌·BBQ 등 17개 브랜드 ‘1조 원대’ 리스크

이번 판결의 여파는 현재 본사와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다른 대형 브랜드들로 확산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가맹점주 273명이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인 투썸플레이스다. 투썸 점주들 역시 본사가 합의되지 않은 마진을 수취했다는 점을 주요 쟁점으로 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를 포함해 파스쿠찌, 할리스, BBQ, bhc, 교촌치킨 등 약 17개 대형 브랜드 소속 2500여 명의 점주들이 유사한 취지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례에 따라 향후 제기될 소송 규모가 총 1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국회, 가맹점주 협상력 강화 입법 …변화하는 경영 환경

제도적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12월 11일, 가맹점주 단체 등록제를 도입하고 본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가맹본부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거래 조건을 가맹점주가 사후적으로 시정하거나 재협상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브랜드들은 기존의 마진 중심 수익 구조를 로열티 체제로 전환하거나, 개정된 가맹사업법에 따라 등록된 가맹점주 단체와 실질적인 거래 조건 변경 협의에 나서야 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