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투입에 파업은 반복…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 개편 논의 불가피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22년째 유지돼 온 준공영제의 구조적 한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적자는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 속에서 파업이 반복되며, 시민이 사실상 협상의 ‘볼모’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 시내버스가 이틀 연속 파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추위 속에 출퇴근길 시민들은 지하철과 택시로 몰리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노사 갈등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통상임금 범위와 근로시간, 기본급 인상 폭 등을 둘러싸고 수개월째 이어져 왔다.
문제는 파업의 부담이 고스란히 시민과 서울시 재정으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준공영제 구조상 버스회사 적자는 서울시가 보전한다. 임금이 얼마나 오르든 결국 수천억 원 규모의 인건비 증가는 시민 혈세로 충당된다. 이런 구조는 노조의 협상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내버스는 지하철과 달리 노동조합법상 필수공익사업이 아니어서 파업 시 업무 유지율 규정이 없다. 이론적으로는 운행이 100% 중단될 수 있다.
임금 급등을 제어할 장치가 부족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서울교통공사는 공기업으로 총인건비제 적용을 받지만, 민영과 공영이 섞인 준공영제 버스회사는 민간기업 방식으로 임금 협상을 벌인다.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20% 안팎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도 사측이 감당할 리스크는 크지 않다. 적자가 나면 시가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협상 상대가 서울시장이라는 점도,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노조에 유리한 카드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준공영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거론되는 민영제와 완전 공영제의 장단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민영제는 민간이 노선과 운영을 전담하고 손익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재정 부담이 적고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수익성이 낮은 외곽 노선이 축소되고, 환승 할인이나 공공성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완전 공영제는 노선 관리와 서비스 안정성, 비수익 노선 유지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인건비와 조직 비대화, 정치적 개입에 따른 비효율과 재정 부담 확대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노조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인건비 부담이 공영 버스 시스템을 위축시키고, 결국 시민 물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전면적 제도 전환보다는 준공영제의 관리·감독 강화와 구조 개편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본다. 성우용 부산대 교수는 준공영제 이후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세금으로 운영되는 특혜 산업이라는 인식과 함께 경영 위기의식이 약화되는 문제도 있다”며 “지자체의 전방위적 관리 감독과 투명한 경영·서비스 평가를 통해 공정한 경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 편의를 위해 도입된 준공영제가 반복되는 파업과 재정 부담으로 시민 불편을 키우는 역설을 낳고 있는 만큼, 제도의 근본 취지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 개편 논의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