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장기화 속 실거주 매수 움직임…강북·외곽 중저가 단지 거래 회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에도 실거주 목적의 아파트 거래가 강북권과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규제 시행 초기 관망세가 이어졌지만, 전셋값 상승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허가 절차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중저가 단지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40일간 서울의 토지거래 허가 건수는 593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토허구역 효력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10월20일부터 11월28일까지 초기 40일간의 허가 건수(5252건)보다 13%(685건) 증가한 수치다. 토허제 충격이 점차 완화되며 시장이 규제에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치구별로 보면 증가세는 강북권과 서울 외곽에서 두드러졌다. 노원구는 284건에서 615건으로 116.5% 늘었고, 영등포구는 131건에서 311건으로 133.8% 증가했다. 구로구도 176건에서 312건으로 77.3% 늘었다. 이 밖에도 △은평구 54.2%(203→313건) △성북구 51.4%(259→392건) 등 신규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거래 회복이 빠르게 나타났다. 반면 △송파구 -46.9%(827→439건) △강남구 -51.9%(484→233건) △서초구 -54.7%(362→164건) △용산구 -54.8%(199→90건) 등 기존 규제지역은 거래가 크게 줄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이 허가 절차의 불편을 감수하고 매수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 실수요자는 “토지거래 허가를 받는 데 2주가량 걸렸고 제출 서류도 많았지만,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미룰 수 없었다”며 “절차가 번거로워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거래가 늘어난 지역은 지난해 집값 급등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제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 기준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은 노원구 1.55%, 성북구 3.96%, 은평구 3.16%, 구로구 2.11%로 서울 평균(8.71%)을 크게 밑돌았다. 매매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 실거주 수요가 몰린 셈이다.
대출 규제 환경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수도권은 6·27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데다, 10·15 대책 이후 서울 전역의 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낮아졌다. 특히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대출 한도가 추가로 줄어들면서 한강벨트 등 고가 지역의 매수 부담이 커졌다. 반면 외곽 지역은 여전히 10억원 미만 중저가 단지가 많아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노원구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6억2179만원, 성북구 8억9708만원, 은평구 8억6435만원으로 모두 10억원을 밑돌았다.
전세 시장 불안도 실수요 매수를 자극하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매매 전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2만2373건으로, 지난해 10월15일 대비 8.2%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도 서울 전셋값은 올해 1월 첫째 주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규 규제지역에서는 초기 관망 이후 실거주 중심의 거래가 점차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난다”며 “생활 거주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나 중저가 단지에서는 정책 환경 변화에 맞춰 선별적인 매수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