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등록 美특허 사용료도 과세…‘미국 법인 4억 환급’ 판결 뒤집어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미국 특허라 하더라도 해당 기술이 국내에서 사용됐다면 사용료에 과세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대법원은 미등록 특허 사용료에 대해 법인세를 환급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며, 지난해 전원합의체에서 확립한 새 판례를 적용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미국 법인 옵토도트 코퍼레이션이 기흥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원천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하급심은 옵토도트 측이 요구한 약 4억7540만원의 법인세 환급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옵토도트가 2017년 삼성SDI와 체결한 특허 사용 계약에서 비롯됐다. 옵토도트는 국내 미등록 특허 19개와 국내 등록 특허 1개 등 총 20건의 사용을 허락하고 사용료로 미화 295만 달러를 받았다. 삼성SDI는 해당 사용료에 대해 원천징수 법인세 약 5억원을 납부했으나, 옵토도트는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는 한미조세협약상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환급을 요구했고, 세무당국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옵토도트의 손을 들어줬다. 특허는 등록된 국가에서만 효력이 있다는 ‘특허권 속지주의’에 따라,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 해석을 변경했고, 이번 사건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대법원은 “사용료가 특허권의 대상인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하는 데 대한 대가라면, 한미조세협약 등에 따라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인세법 역시 외국법인이 보유한 국내 미등록 특허라 하더라도 국내에서 사용됐다면 그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전원합의체는 한미조세협약에서 말하는 ‘사용’을 특허 등록을 통해 발생하는 권리 자체의 사용이 아니라, 무형자산에 담긴 기술이나 정보의 사용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특허의 등록지와 무관하게 해당 기술이 국내에서 활용됐다면 과세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가 근거로 삼았던 특허권 속지주의가 조세협약 해석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명확히 하며, 33년간 유지돼 온 법리를 전환했다.
이번 판결로 미등록 외국 특허라 하더라도 국내에서 기술이 활용됐다면 사용료 과세가 가능하다는 기준이 재확인됐다. 이에 따라 향후 다국적 기업 간 특허 사용 계약과 조세 분쟁에서도 이 판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