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늘었지만 갈등은 확대…조직문화가 성패 가른다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가 처음으로 6만명대를 넘어서며 전체 육아휴직자의 약 3분의 1이 ‘아빠’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이 오히려 일과 가족 간 갈등을 더 크게 경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도의 확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받아들이는 조직문화가 실질적 효과를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발간된 학술지에 실린 ‘유자녀 남성의 일·가족 양립 갈등에 대한 연구’는 육아휴직 사용 경험이 있는 남성이 비사용자보다 일·가족 갈등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혼 부부 대상 설문조사에서 남성 응답자 533명을 분석해, 직장 업무로 인한 가사 소홀, 직무 스트레스에 따른 가정 내 갈등, 가사·양육 부담으로 인한 수면 부족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분석 결과, 육아휴직을 쓴 남성은 복귀 이후 조직 내 압박이나 비공식적 불이익을 체감할 가능성이 높았고, 이로 인해 직장과 가정에서의 이중 부담이 커지며 갈등 지표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남성 육아휴직이 여전히 ‘예외적 선택’으로 인식되는 조직 환경에서는 제도의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조직의 가족친화도가 높은 경우에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가족 관련 요구를 부담 없이 표현하고, 일·가족 양립 제도를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일수록 남성의 갈등 수준은 낮아졌고, 육아휴직 사용이 오히려 일·가족 균형 개선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환경에서 남성의 돌봄 참여가 정당한 역할로 인정받으며, 갈등을 완충하는 구조적 조건이 형성된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육아휴직의 효과가 제도 자체보다 이를 수용하는 조직문화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 차원의 젠더 인식 개선과 돌봄 친화적 문화 구축이 병행될 때, 육아휴직은 남성의 일·가족 양립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적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