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펼쳐지는 ‘센과 치히로’의 마법…환상 세계를 현실로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무대 위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무대 공연이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며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났다. 스튜디오 지브리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원형 그대로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열린 미디어콜에서 연출을 맡은 존 케어드는 “미야자키 감독의 모든 작품이 흥미롭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최고의 영화”라며 무대화 배경을 설명했다. 작품은 금지된 신들의 세계에 들어간 소녀 치히로가 시련을 통과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22년 일본 도쿄 초연을 시작으로 2024년 런던, 지난해 상하이를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판타지로 가득 찬 세계를 무대에서 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케어드 연출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생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을 관객이 ‘진짜’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며 “배우뿐 아니라 관객의 상상력이 함께 작동해야 가능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퍼펫과 회전무대, 신체 연기, 그리고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결합되며 뮤지컬과 연극의 경계를 허무는 형식이 완성됐다.

작품 개발 시기가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쳤던 점도 도전이었다. 케어드는 “여러 나라에 흩어진 스태프들과 온라인으로 협업해야 했다”며 “그 과정을 거치고 나니 소녀가 용을 타고 움직이는 장면조차 상대적으로 쉬워 보일 정도였다”고 웃어 보였다. 일본 종교와 목욕탕 문화가 녹아든 장면에서는 노(能) 양식과 가부키, 스모 등 전통 요소가 무대 디자인에 적극 반영됐다.

치히로 역을 나눠 맡은 카미시라이시 모네와 카와에이 리나는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카와에이는 “치히로는 어디서든 신념을 잃지 않고, 일의 가치를 배워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했고, 카미시라이시는 “치히로를 통해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웠다. 아이들이 이름의 소중함과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에서 유바바와 제니바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나츠키 마리는 이번 무대에서도 같은 역할로 출연한다. 그는 “같은 대사라도 몸으로 표현하는 무대 연기는 전혀 다르다”며 “초연 이후 점점 더 무대에 어울리는 캐릭터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서 다시 태어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오는 3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된다. 애니메이션을 넘어 상상력과 신체, 음악이 결합된 이 작품은 관객을 또 한 번 환상적인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