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후폭풍…분쟁조정 한계 속 집단소송제 도입론 힘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3370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을 상대로 시민단체들이 집단분쟁조정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피해 구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분쟁조정 제도의 강제력 부재가 다시 한 번 부각되면서,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2차 집단분쟁조정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10일 피해자 620명을 모아 한국소비자원에 1차 집단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시민단체들은 집단분쟁조정을 통해 쿠팡이 와우 멤버십 회원 피해자에게는 1인당 50만원, 일반 회원이나 탈퇴 회원에게는 1인당 3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개인정보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강화 계획을 수립해 분쟁조정위원회에 보고할 것도 요청했다.
그러나 집단분쟁조정은 절차가 간소하고 비용 부담이 적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조정안을 기업이 수용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발생한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가입자 3998명이 분쟁조정을 신청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가 1인당 30만원 지급을 권고했지만,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쿠팡 사태 역시 비슷한 결과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출된 개인정보 대상자 전원이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해 1인당 30만원씩 보상받을 경우, 배상액은 약 10조원에 달한다. 현실적으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인 만큼, 조정안이 마련되더라도 수용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집단분쟁조정을 이끌고 있는 김대윤 민변 변호사는 “과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분쟁조정이 진행됐지만, 조정안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 판단에 달려 있다”며 “현 제도 아래에서는 실질적인 배상으로 이어지기까지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제재가 실효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전 국민이 피해자인 상황에서 일일이 소송을 제기해야만 보상받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며 집단소송 도입 검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적용 범위와 참여 방식을 꼽는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어떤 유형의 피해까지 집단소송 대상으로 인정할지,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야 하는 옵트인 방식으로 할지, 참여를 원하지 않는 경우만 제외하는 옵트아웃 방식으로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옵트아웃 방식은 피해 구제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고, 옵트인 방식은 기업 부담은 줄일 수 있으나 실제 구제 대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집단적 피해 구제를 둘러싼 제도 개선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