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년…사과한 경찰, 개혁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난 지금, 경찰이 국회 출입 통제 조치가 위헌이었다고 공식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조직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 국회의원과 시민의 출입을 막아 헌정 질서를 흔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던 만큼, 향후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해 12월 3일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졌다. 계엄 선포 직후 경찰은 의원의 출입을 막았고 일부는 국회 담장을 넘어 이동해야 했다. 총기를 든 군 병력에는 길을 터줬지만, 계엄 해제를 논의하려던 국회의원은 저지당했다. 3000명 넘는 경찰력이 국회를 둘러싸며 시민 출입도 제한돼 위헌 논란이 한층 거세졌다.

1년이 지난 올해 12월, 경찰 지휘부는 이러한 판단이 위헌·위법이었다고 공식 사과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국 지휘부 회의에서 “당시 조치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어 경찰청은 헌법재판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3만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헌법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사과를 넘어 지휘 체계를 점검하고 교육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개혁의 핵심으로 꼽혀온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 실질화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국경위가 자문기구 역할에서 벗어나 심의·의결 권한을 갖는 통제기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진척 없는 상태다. 김상균 백석대 교수는 “구조 개편 없이 명칭·권한만 손보는 방식으로는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논의도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당초 주민 밀착 치안을 목표로 도입됐지만 국가경찰 중심 운영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실질적 권한 분산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감사원도 최근 감사 결과에서 자치경찰제의 기능이 제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밝혔고, 경찰권 분산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경우 국경위 개혁 역시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개별 경찰관이 아닌 구조에 있다고 진단한다. 승진·보직·인사권이 중앙에 집중된 현 체계에서는 위법한 명령이 내려와도 현장에서 이를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는 “승진 중심 구조를 유지하는 한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계급 축소, 인사 분권 등 조직 뼈대부터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명예교수 역시 “지휘 체계에 민주적 견제 장치가 부재한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찰의 사과는 늦었지만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지휘 구조 개편, 자치경찰제 실효성 확보, 국경위 권한 강화 등 남은 과제는 적지 않다. 계엄 1년, 개혁의 방향이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