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 갈등…감사원 “절차 부적절” 결론 이후 의료계, 법적 대응 예고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감사원이 증원 규모 산정과 절차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고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책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대응에 착수하며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의협은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전 복지부 차관, 이관섭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장상윤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 당시 정책 결정 핵심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의협 관계자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소장을 준비 중”이라며 “빠르면 다음 주 중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협은 지난 5월 정책 결정 전반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전문가 협의 과정 왜곡 △업무개시명령의 부당성 △필수의료 저해 우려 등 주요 쟁점이었으며, 의협은 “감사 결과를 통해 제기했던 문제점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와 전공의 단체 역시 이번 감사 결과를 반기는 입장이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당시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왜곡과 잘못된 수요 추계가 확인된 만큼 책임자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비합리적·폭압적 결정 과정이 명확히 지적된 만큼 정부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정책 추진 당사자인 보건복지부는 “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향후 업무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논의에 감사 결과를 참고로 활용하고 의대 정원 결정이 합리적 근거에 기반하도록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충분히 숙의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추계위에서는 2027학년도 의대 정원 등 향후 의사 수급 전망을 논의 중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2000명 증원 결정이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는가’라는 점이다. 감사원은 정부가 △취약지 기준 추계를 전국 부족분으로 확대 적용 △수도권 과잉 가능성 미반영 △시점이 다른 부족 수치를 단순 합산 △내부 분석 내용 미반영 등 부적절한 방식으로 의사 수급 전망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정부 내부에서는 부족 규모가 5841명 수준으로 조정된 자체 분석이 있었음에도 반영되지 않았고, 의협과의 2020년 의정 합의에서 규정한 ‘재추진 시 협의’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의대 정원을 심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윤 전 대통령이 증원 규모 보고를 받을 때마다 “더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요구했다는 감사원의 확인 내용은 정치적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초 500명 수준이던 증원안이 1000명, 이후 2000명으로 확대된 배경도 이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의협의 법적 대응이 본격화되면 의대 정원 문제는 다시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복지부와 의료계 간의 의정갈등은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이어지며 1년 7개월여 동안 의료 공백을 초래한 바 있어, 이번 조사 결과가 향후 정책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