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줄고 월세 늘 듯…“규제 강화에 임차인 주거비 부담 커질 우려”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정부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매매시장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강화로 거래가 위축되는 한편,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되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 과천, 성남(분당·수정·중원), 광명, 수원(영통·장안·팔달), 안양(동안구), 용인(수지구), 의왕, 하남 등 12곳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차등화(2~6억 원)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하한 3% 상향 △1주택자 전세대출 DSR 적용 △주담대 위험가중치 조기 상향(내년 1월 시행) 등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주택 거래가 줄고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세대출 제한과 임대 목적의 매입 제한으로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반면, 월세 거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월세 거래 비중은 61.8%로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 증가했다. 비(非)아파트의 경우 월세 비중이 75.6%에 달했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29.7을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도권 전체 월세지수는 130.1로 사상 최고 수준이며, 경기(129.2)와 인천(134.8) 역시 최고치를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1주택자 전세대출에 DSR이 적용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임대용 매입이 어려워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주택 매입 수요 억제로 실수요자들이 전세나 월세 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고, 전세대출 규제와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가격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세대출 규제로 갭투자 등 투기성 수요는 줄겠지만, 보증부 월세 등으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며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로 인해 임대용 매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민간 임대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거래 위축, 실거주 강제, 임대 제한의 3중 구조가 임대시장 불안과 세입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규제에 따른 임대차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예고했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전세의 월세화로 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에 대해 월세 공제 확대 등 세제 지원책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며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