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 청약 시장 ‘현금 부자 독식’…내 집 마련 문턱 더 높아져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6·27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청약 시장이 사실상 현금 부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처럼 일정 소득을 갖췄더라도 당장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지 못하면 청약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전국에서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는 156개 단지, 총 13만7,796가구이며 이 중 일반분양은 6만4,697가구다. 상반기(일반분양 5만1,911가구)와 비교하면 전체 공급 규모는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실제 청약 가능한 일반분양 물량은 25% 수준 증가에 그친다. 공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청약 시장 참여 여력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분양분석업체 리얼하우스의 청약홈 자료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은 9.08대 1로, 2023년 10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4개월 만에 경쟁률이 10대 1 아래로 내려앉은 것이다.
2021년 전국 평균 경쟁률이 20대 1을 웃돌며 서울·세종에서는 100대 1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식은 모습이다. 2022년 금리 인상 여파로 경쟁률이 한 자릿수로 하락한 데 이어 2023년 4월에는 4.81대 1로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올해 5월 14.79대 1까지 회복세를 보이다가 6·27 규제 이후 다시 꺾였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9대 1에서 88대 1로 떨어졌고, 광주·전남·경남·경북 등은 평균 2대 1 이하의 낮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최근 송파구 ‘잠실 르엘’ 전용 84㎡의 예상 분양가는 약 20억원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10억원가량 저렴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도금 대출 6억원을 제외한 14억원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했다. 이 단지에서 올해 첫 청약 가점 만점자가 나왔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만 참여 가능한 구조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가 분양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현금 부자들이 청약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