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경매 ‘무풍지대’…감정가보다 수억 원 초과 낙찰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전반에 냉기류가 감지되는 가운데,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핵심 재건축 단지들은 여전히 고가 낙찰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감정가보다 5억 원 가까이 높은 가격에 낙찰된 사례도 등장하며, 투자수요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경·공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94.9%로, 지난 6월 기록했던 98.5% 대비 3.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올해 2월(91.8%)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응찰자 수도 전월 9.2명에서 7.3명으로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위축세가 확인된다.
이는 정부가 6·27 대책을 통해 경락잔금대출에도 실거주 요건을 강화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개정안에 따라 주택 경락잔금대출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하게 6개월 이내 전입 의무가 적용되며,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에서는 유주택자의 대출 이용도 불가능해졌다. 사실상 투자 목적으로 경매를 통한 주택 취득이 어려워진 셈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역시 같은 기간 거래량이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현재까지 신고된 매매 건수는 1622건으로, 6월(1만1470건)의 14.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마포구 창천동 소재 태영아파트 전용 85㎡는 감정가 12억2000만 원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응찰자 없이 유찰됐다.
하지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는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가 낙찰이 지속되고 있다. 같은 기간 이들 지역에서는 총 17건의 경매 중 11건이 낙찰돼 평균 낙찰률 64.7%를 기록했으며, 이는 서울 전체 평균보다 약 2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낙찰가율은 105.6%에 달했고, 응찰자 수 역시 평균 8.45명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1일 송파구 송파동 한양아파트 전용 120㎡가 감정가 15억9100만 원보다 무려 4억4200만 원 높은 20억3300만 원에 낙찰되며 낙찰가율 128%를 기록했다. 또한 강남구 논현동 논현동부센트레빌 전용 115㎡도 감정가 22억7000만 원의 107%인 24억2888만 원에 매각됐다.
이 같은 현상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투자수요가 여전히 시장에 잔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향후 개발 및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실거주 목적이거나 현금 유동성이 있는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응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남권은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단지들을 중심으로 낙찰가율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반적인 투자심리는 위축됐지만, 장기적 자산가치 상승을 노린 실수요자와 일부 투자자들의 참여로 경매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