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 잠기고 가축 폐사…폭우 피해에 장바구니 물가 ‘들썩’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기록적인 폭우가 전국 농가를 강타하면서 쌀·과채류 등 주요 작물은 물론, 가축 피해까지 속출해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충남·전남·경남 등 주산지 지역을 중심으로 벼와 고추, 딸기 등 농작물이 광범위하게 침수됐고, 한우와 돼지, 닭 등의 대량 폐사로 농축산물 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폭우로 전국 2만8,491㏊에 이르는 농작물이 물에 잠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98배, 서울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전체 피해 면적의 98%가 충남·전남·경남 등 세 지역에 집중됐으며, 충남만 1만6,710㏊로 전체 피해의 59%를 차지했다.
충남은 쌀, 사과, 마늘, 배, 포도 등 다양한 작물의 최대 주산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벼 침수 피해가 2만5,065㏊에 달했으며, 논콩, 고추, 멜론, 수박, 딸기, 대파 등 주요 채소류와 과채류도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었다. 특히 전남 지역은 비닐하우스를 중심으로 고추·딸기 등의 과채류 침수가 집중되며 병해충 확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축산 피해도 심각하다. 한우 529두, 돼지 855두, 닭 142만 마리 등 총 10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폐사했거나 사육 시설이 침수됐다. 이 가운데 충남의 가축 피해는 112만 마리로 전체의 71.3%에 달한다. 육계 생산 비중이 높은 경남도 가금류 출하에 차질이 예상되는 등 피해 파급이 커질 전망이다.
주산지에서의 작물 및 가축 피해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농축산물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수박, 멜론, 고추, 딸기 등 여름철 소비 비중이 높은 신선식품과 육계·계란 등 가금류 품목의 단기적 가격 불안도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품목별 수급 대응 체계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피해가 집중된 수박·멜론 주산지에는 퇴수와 방제 약제 살포가 진행 중이며, 가격 급등 우려 품목에 대해선 할인 지원도 추진된다. 쪽파는 재파종, 딸기는 비피해 지역에서 모종 확보가 이뤄지고 있으며, 가금류는 병아리 입식 확대와 종계 생산 조정 등 공급 조절이 이뤄지고 있다.
강원 지역 배추·무 등 여름 채소에 대해서는 예비묘 300만 주 공급과 병해충 방제가 진행 중이다. 침수된 사과·배·포도 등 과수에는 약제 공급과 기술 지원으로 병해 차단에 나선다. 아울러 농업재해보험 조사 인력 투입과 복구 절차의 신속화, 침수지역 퇴수·세척·방제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품목에는 비축물량 방출과 할인 지원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며 “피해 농가에 대한 복구 지원도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