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 심화…“이제는 모든 지역 아닌 ‘거점 도시’에 집중할 때”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주형환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저출생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주 부위원장은 22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최한 '제3차 인구 2.1 세미나' 축사에서 “균형발전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실효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청년층의 56.1%도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주요 기업과 대학, 병원 등 사회적 인프라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어,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쏠림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주 부위원장은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와 경쟁적인 일자리, 교육 환경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은 삶의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반면 비수도권은 아예 결혼과 출산을 위한 기반조차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위기 해결을 위해선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주 부위원장은 지역 인구 유입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 화성시를 들며, “고임금 제조업 일자리가 늘고 동탄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화성시 인구는 2000년 19만 명에서 2023년 94만 명으로 약 5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결국 인구 유입과 지역 경쟁력의 핵심은 좋은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20년간 추진해온 균형발전 정책이 수도권 집중 해소에 실질적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짚었다. 균형발전특별회계를 통해 약 190조 원이 투입됐지만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심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모든 지역을 고르게 키운다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며 “산업 기반과 정주 여건이 마련된 거점도시에 정책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비수도권 거점도시에 대한 기업 유치를 위해선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산업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가 샌드박스’와 같은 대규모 규제특례 적용이 대표적인 방안으로 제시됐다.

또한 주 부위원장은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수도권 거주 베이비부머 세대의 지역 정착 유도를 제안했다. 저고위에 따르면 전국 약 440만 명의 베이비부머는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지방에 연고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그는 “인구감소지역에 세컨드홈을 마련하더라도 1주택자로 인정하는 세제 혜택을 지방 대도시로까지 확대하고, 주택을 매각해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양도소득세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 부위원장은 “인구정책의 해법은 결국 삶의 터전을 어디서, 어떻게 꾸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실적인 전략을 통해 수도권 과밀과 지역 소멸이라는 두 위기를 동시에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