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침수 피해…수박·멜론·고추 등 가격 급등세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농가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여름 과채류와 축산물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벼와 논콩은 물론 수박, 멜론, 고추, 딸기 등 단기 출하 작물의 대규모 침수 피해로 인해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폭염까지 겹치며 ‘기후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전국의 농작물 침수 면적은 2만9448헥타르에 달했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며, 여의도의 101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 중 벼가 2만5517헥타르로 전체 피해의 87%를 차지했고, 고추(344헥타르), 딸기(162헥타르), 멜론(145헥타르), 수박(132헥타르) 등 주요 과채류 피해도 확인됐다.

특히 수박과 멜론은 현재 출하시기에 접어들어 피해가 가격 급등으로 직결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1일 기준 수박 한 통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3만1374원으로, 전년 대비 26.3%, 평년보다 35.4% 상승했다. 멜론 역시 한 통에 9970원으로 전년보다 15.8% 올랐으며, 참외(10개 묶음)는 1만7379원, 풋고추 100g은 2238원으로 각각 10% 이상 상승한 상태다.

농식품부는 “최근 침수 피해로 인해 수박, 멜론, 쪽파 등의 공급이 당분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aT 관계자는 “충남과 전남 등 주요 산지의 침수 피해로 품질이 저하된 상품은 거래가 어려워졌고,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품의 가격만 급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축산물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로 폐사한 가축은 총 169만 마리에 이르며, 이 가운데 닭이 145만 마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오리 15만1000마리, 돼지 775마리, 한우 588마리, 젖소 149마리 등 다양한 축종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특란 30구 기준 달걀 가격은 7031원으로 전년보다 6.72% 상승했고, 육계(1kg)는 5952원으로 전월 대비 6.9%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6월 하순부터 이어진 국지성 호우와 고온 현상이 과채류 생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박은 품질 저하와 상품성 하락, 멜론은 출하 지연과 단수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며, 향후 수급 불안정과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가 가축 폐사와 공급 감소를 유발할 수 있어 축산물 가격 상승세 역시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피해 복구 및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식품부는 피해 실태 조사를 본격화하고, 긴급 복구 지원과 농작물 재해보험금 지급, 병해충 방제 등 후속 조치를 마련 중이다. 필요 시 비축 물량을 방출해 시장 안정에 나설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해와 기후 악화로 생활물가에 불안 요소가 커진 만큼 정부는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에 최우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