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담대 '영끌 후폭풍'…연체율 최고치 지속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서울 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이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주택을 매입한 차주들이 최근의 고금리 기조 속에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서울 지역 주담대 연체율은 0.35%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9년 12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며, 지난 2월과 동일한 수준이다.

서울 지역 주담대 연체율은 지난해 말 0.31%에서 올해 1월 0.34%, 2월 0.35%, 3월 0.34%, 4월 0.35%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4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주담대 총 잔액은 744조5129억 원이며, 이 중 서울 지역은 264조3083억 원으로 전체의 약 36%를 차지하고 있다.

연체율이 높아진 배경으로는 경기 침체에 따른 실질 소득 정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상환 부담 가중이 꼽힌다. 특히 2019~2020년 사이 5년 고정금리로 대출을 실행했던 차주들의 금리가 최근 재산정되면서 부담이 커졌다. 당시 평균 2%대였던 금리는 현재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3.87%까지 올라 연 4%대에 근접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에 5억원을 연 2.5% 금리로 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으로 대출받았다면, 매달 원리금 상환액은 약 197만 원이지만, 올해는 약 234만 원으로 37만 원가량 증가한다.

한편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가 강하게 유지되면서 금리 인하 효과가 시중 대출금리에 즉각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네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대출 총량 규제 등을 이유로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권 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고,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는 등 대출 억제에 나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담대 연체율의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