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입주절벽' 현실화…서울 전셋값 상승 압력 커지나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올해 하반기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절벽’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 물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이미 전세난이 심화된 상황이어서 전셋값 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6월부터 1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올해 들어 일시적 보합세를 나타낸 1월을 제외하곤 다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710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34만원 올랐다. 특히 서초구는 평균 전셋값이 10억5749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고, 강남구도 평균 6억4481만원으로 전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4986건으로, 올해 초 3만1386건에서 20.4% 감소했다. 입주 물량 감소와 함께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성환 연구위원은 지난 24일 열린 '2025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시장 진단 세미나'에서 “상반기에도 공급 병목 현상이 이어졌고, 하반기에는 착공 감소의 여파가 입주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수급 불균형과 전세난 악화에 대비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건산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고, 민간 착공도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 입주 물량은 2025년 14만 가구에서 2026년에는 10만 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공급 공백에 따른 가격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4만6710가구로 추정되지만 내년에는 절반 수준인 약 2만4400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입주 물량 감소는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시장의 구조 변화와 수요 양극화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유연한 정책 설계와 공급 확대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