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처방 기준 강화…1형당뇨 환자 치료 접근성 우려

비대면진료 제도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 정부가 초진 환자의 의약품 처방 기간을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하면서 만성질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사_2026.10.20) / 사진 = 유토이미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비대면진료 제도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 정부가 초진 환자의 의약품 처방 기간을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하면서 만성질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평생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치료의 연속성과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비대면진료를 원칙적으로 최근 6개월 이내 동일한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환자에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다만 기존 대면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환자의 주소지와 동일한 시·도에 위치한 의원에서는 초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초진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은 최대 7일분으로 제한되며, 비만치료제는 비대면 처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의료인 1명이 수행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 역시 월평균 500건 이내로 관리된다.

이번 제도 개편에서 환자들의 반발이 집중되는 부분은 초진 환자에 대한 처방 기간 제한이다.

보건복지부는 초진 비대면진료의 의약품 처방 기간을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정했다. 다만 해당 질환의 진료 및 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료진이 치료의 지속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한 차례에 한해 최대 30일분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문제는 장기간 동일한 의약품으로 건강 상태를 관리해 온 만성질환자도 의료기관 이용 이력에 따라 초진 환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기존에 복용하던 약을 계속 처방받으려 하더라도 해당 의원에서 최근 6개월 이내 같은 질환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7일분만 처방받을 수 있다.

또한 같은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여러 차례 받았더라도 대면진료 기록이 없다면 초진 기준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안정적으로 질환을 관리하는 환자까지 반복적인 진료와 처방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공급이 중단될 경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처방 제한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지난해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 단계부터 제1형 당뇨병의 질환 특성을 반영해 초진 여부와 거주지역에 따른 이용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해 왔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회장은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뿐 아니라 혈당 관리에 필요한 각종 의료용품을 지속적으로 처방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슐린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의약품으로, 적절한 시기에 공급받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발생할 뿐 아니라 심각한 고혈당이나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이러한 질환의 특수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한 결과, 제1형 당뇨병이 초진 및 지역 제한의 예외 질환으로 인정됐으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자단체는 진료 허용 범위가 확대된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비대면진료를 통해 처방전을 발급받더라도 의약품을 직접 수령해야 한다면 이동이 어렵거나 의료기관과 약국 접근성이 낮은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불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의약품 배송은 섬·벽지 거주자와 장기요양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등 일부 대상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췌장장애 등록 여부에 따라 약 배송 서비스 이용 가능성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김 회장은 동일한 질환으로 지속적인 인슐린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장애 등록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1형 당뇨병을 비대면진료의 예외 질환으로 인정한 정책적 취지가 실제 환자 편의로 이어지려면 의약품 배송 대상도 함께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우회는 장애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비대면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모든 제1형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과 필요한 의약품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 역시 환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의약품 배송 허용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약 배송 확대 범위와 운영 방식을 민관협의체에서 논의한 뒤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한약사회가 배송 확대에 반대하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논의 기구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인 만큼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 사이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속적인 약물 투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처방 기준과 의약품 전달체계 개선이 향후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