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일한 ‘위탁’ 학습지 상담교사…중노위 “실질은 근로자·계약종료는 부당해고”

온라인 학습지 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재택으로 회원가입 상담 업무를 수행해 온 상담교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_2026.04.30) / 사진 = 서울뉴스통신 DB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온라인 학습지 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재택으로 회원가입 상담 업무를 수행해 온 상담교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첫 판단이 나왔다. 계약서에 ‘위탁’으로 명시돼 있더라도 실제 업무 과정에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8월 27일 온라인 학습지 업체와 위탁업무계약을 맺고 근무한 재택 상담교사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고 8일 밝혔다.

노동위원회가 위탁계약 형태로 일한 학습지 회원가입 상담교사를 근로자로 인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온라인 비대면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1년 단위로 위탁업무계약을 체결한 뒤 약 8년 동안 계약을 갱신하며 전화로 학습지 회원가입 상담을 담당했다.

보수는 상담 실적에 따른 수수료 형태로 지급됐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과 실적 저조 등을 이유로 계약 종료를 통보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중노위는 계약서의 명칭이나 보수 지급 형태보다는 A씨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는지에 주목했다.

A씨가 맡은 상담 업무는 회사 사업 운영에 지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였으며, 구체적인 업무 내용 역시 회사가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회사가 마련한 학습상담 업무규정과 통합 관리체계에 따라 회사가 제공한 전자시스템을 이용해 정해진 시간과 방식으로 장기간 업무를 수행한 점도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특정 시간대에 상담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도록 한 데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적용되는 제재 규정까지 마련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가 지급한 업무용 휴대전화와 통화녹취시스템, 메신저 등을 활용해 업무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받은 점 역시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판단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고정급이 없었다는 점도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결정적 사유가 되지는 않았다.

중노위는 A씨에게 실적에 따른 수수료가 매월 계속 지급됐고,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는 정규직 상담교사 역시 상담 실적에 따라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은 점을 고려했다. 이에 따라 해당 수수료를 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인 임금 성격으로 판단했다.

계약 종료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1년 단위 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하면서 약 8년 동안 계속 근무한 만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회사가 경영악화와 실적 부진을 이유로 계약을 종료했지만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규정한 경영상 해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이에 초심 판정을 취소하고 회사의 계약 종료를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디지털 전환으로 고용 형태와 업무 방식이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형식적인 계약관계만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위탁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실제 일하는 과정과 사용자와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이번 판정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계약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