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이 만든 63조 초과세수, 주거·일자리·서민금융 등 3대 사회정책 투입 공식화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9.29 / 사진 = 청와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신현성 기자 =반도체 업황 호조로 올해 정부 곳간에 예상보다 63조2000억원이 더 쌓이게 됐다. 이 재원은 주거·일자리·서민금융 등 3대 사회정책과 국채 상환에 집중 투입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가 30일 내놓은 '2026년 세수 재추계 결과'를 보면 올해 국세수입은 478조6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추가경정예산을 짤 때 잡았던 415조4000억원보다 63조2000억원 많은 규모다.

초과세수는 민생 안정에 우선 쓰일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온기가 경제 전반에 퍼지는 속도는 더디고, 서민들의 체감 어려움은 오히려 커지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초과세수를 주거·일자리·서민금융 등 3대 핵심 사회정책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양극화와 불평등 완화에 초과세수를 비롯한 가용 재원과 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주거안정 플랜에 따른 119만호 공급과 국민일자리 사업, 포용금융 확대에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초과세수가 국민 모두의 노력으로 거둔 성장과 회복의 결실인 만큼 삶의 실질적 개선과 양극화 완화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며, 전 부처에 3대 정책의 신속한 추진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등은 정책 추진 방안과 재원 투입 계획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과세수의 활용 경로는 크게 두 갈래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세입보다 세출이 적어 잉여금이 생기면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가채무 상환 등에 먼저 쓰고 남는 돈을 세출 예산에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정부가 신설을 추진 중인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하면 이런 절차 없이 초과세수를 기금에 적립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초 국회에 낸 내년 예산안에서 내년에 발생할 추가세수 162조3000억원을 이 기금에 적립하기로 했다. 올해 초과세수 가운데 기금에 담을 수 있는 내국세분 56조2000억원까지 모두 넣으면 기금 규모는 220조원 안팎으로 불어난다. 정부는 내년에 기금 적립액 중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 분야에 쓰고,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을 줄이는 데 돌릴 계획이다. 초과세수가 더해지면 지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문제는 미래대응기금 설치 법안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신속한 민생 지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연내 추경 편성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는 물론 심각한 경기 침체, 대량실업 발생 또는 우려,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등이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정부는 초과세수 일부로 국채를 갚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고, 국내 10년물 금리도 가파르게 올라 4.5%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전쟁 추경' 당시에도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1조원어치 국채를 상환한 바 있다. 이번에는 초과세수가 60조원을 웃도는 만큼 상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채를 갚으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줄어 금리 상승 압력을 덜 수 있다.

국채 상환은 국회 동의 같은 절차가 필요 없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 국가재정법도 초과세수가 예상될 때 국채를 우선 상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초과세수로 국채를 상환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며 협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조만간 규모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