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 미디어월 복식 표기 오류…中 의상에 ‘한복’ 논란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전광판에서 중국 전통 의상을 '한복'(HANBOK)으로 잘못 소개한 장면 / 사진 = 서경덕 교수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 중국풍 전통 복장을 ‘한복(HANBOK)’으로 잘못 표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에서 한복의 기원을 둘러싼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문화 콘텐츠 검수가 보다 철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된 시설은 경북문화관광공사가 보문관광단지 수상공연장 인근 광장으로 이전 설치한 ‘POST APEC 미디어월’이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호반광장에 설치됐던 시설로, 최근 이전 작업을 마치고 시범 가동 중이었다.
공사는 미디어월을 통해 APEC 21개 참가국의 전통 복식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시험 송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라는 국가명과 중국풍 복장을 한 인물이 화면에 등장했지만, 의상 명칭에는 ‘한복’이라는 설명이 잘못 붙었다.
경북도 조사 결과 사진과 배경, 설명 등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콘텐츠가 잘못 치환되면서 자막과 이미지가 서로 맞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 측은 정식 운영 전 LED 모듈과 QR코드, 영상 재생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시범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송출 오류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이 한복을 자국 전통복식과 연관 짓는 주장을 이어온 상황에서 국내 공공시설의 잘못된 표기가 중국 측 주장에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서 교수는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이 한복을 중국 조선족의 전통 복식으로 설명하고 있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과거 중국 전자제품 업체 샤오미의 스마트폰 배경화면 스토어에서 한복이 ‘중국 문화’로 소개돼 논란이 일었던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에서 이른바 ‘한복공정’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관이 이 같은 오류를 내는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며, 잘못된 내용을 신속히 바로잡고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문제가 확인된 뒤 해당 콘텐츠의 송출을 중단하고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전체 콘텐츠에 대한 정정 조치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오는 10월 1일 정식 운영을 앞두고 시범 가동하던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며, 국가 문화 콘텐츠가 갖는 민감성을 고려해 전문가 사전 검증과 최종 점검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북도 역시 단순한 기술적 오류라 하더라도 전통 복식과 관련한 표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사전 검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보고 공사 측에 엄중 경고했다. 이와 함께 경위 보고를 요구하고 정식 운영에 앞서 콘텐츠 검증 체계를 보완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사례는 국제 관광객에게 한국과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공공 미디어 콘텐츠에서 작은 표기 오류도 문화적 오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전통문화의 기원과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만큼 공공기관의 콘텐츠 제작·송출 과정에서 정확한 자료 확인과 전문적인 검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