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지고 황달까지”…췌장암 발견 늦어지는 진짜 이유

천영국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건국대병원 제공) 2026.09.09, snakorea.rc@gmail.com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 서울뉴스통신】 권나영 기자 =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이 늦어지는 대표적인 암이다. 체중이 갑자기 줄거나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기름진 변 등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9일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2023년 진단된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7.0%로 주요 암종 가운데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진단 당시 다른 장기로 전이된 원격전이 상태에서 발견되는 환자가 43.3%에 달한다.

췌장은 위 뒤쪽 몸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 종양이 작을 때는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검사로 전체를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길이 약 15cm의 가늘고 긴 장기로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인슐린 등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을 담당한다.

천영국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은 몸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는 발견 자체가 쉽지 않다”며 “체중 감소나 소화불량 같은 증상도 다른 흔한 위장관 질환과 구분하기 어려워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소화불량이나 속쓰림, 등 쪽으로 퍼지는 막연한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췌장 질환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 담도가 종양에 눌려 막히면서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하고 소변 색이 진해지는 것이다. 소화 효소 분비가 감소하면서 기름지고 냄새가 심한 지방변을 보기도 한다.

갑자기 당뇨병이 생기거나 기존 당뇨병이 별다른 이유 없이 급격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도 췌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는 신호다.

천 교수는 “특히 가족력이 없던 사람에게 당뇨가 갑자기 생기거나 기존 당뇨 조절이 급격히 어려워지는 경우 췌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췌장에 이상이 의심되면 복부 CT를 통해 보다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CT에서 종괴 등이 의심되면 내시경초음파(EUS)를 이용한 추가 검사를 고려한다.

내시경초음파는 내시경 끝에 초음파 장치를 장착해 위나 십이지장을 통해 췌장 가까이 접근한 뒤 병변을 관찰하는 검사다. 일반 초음파보다 췌장에 가까운 위치에서 확인할 수 있어 작은 병변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되며, 의심되는 부위에서 조직을 채취해 암세포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담도나 췌관이 막힌 경우에는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RCP)을 시행하기도 한다. 담도와 췌관의 폐쇄나 협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담도가 막혀 황달이 발생한 환자에게는 스텐트를 삽입해 담즙 배출을 돕는 치료를 함께 시행할 수 있다.

천 교수는 “영상검사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병변도 내시경초음파를 이용하면 실제 조직을 채취해 확진할 수 있다”며 “정확한 진단이 이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췌장암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정기검진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직계가족 등 췌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는 경우, 새롭게 당뇨병이 발생하면서 체중 감소가 동반되는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상복부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담해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흡연 역시 췌장암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금연도 중요하다.

천 교수는 “증상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하기보다 위험 요인에 해당한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조기 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