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폭풍 맞은 도요샛, 고도 300m 낮아졌다…우주환경 관측 확대

한국천문연구원은 도요샛(SNIPE) 연구진이 초강력 태양폭풍이 지구 저궤도 위성에 미치는 대기 저항(항력) 증가 효과를 정량적으로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은 슈퍼 태양폭풍 당시 도요샛 운용 가상도. (사진=천문연 제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태양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 지구 주변 우주환경도 크게 흔들린다. 이때 지구 저궤도에 있는 위성은 예상치 못한 '공기 저항'을 받게 된다.

실제로 2024년 5월 강력한 태양폭풍이 발생했을 당시 국산 초소형위성 '도요샛'의 고도가 약 300m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폭풍으로 지구 주변 대기 밀도가 높아지면서 위성이 평소보다 강한 저항을 받은 결과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도요샛 연구진이 위성의 궤도 변화를 분석해 태양폭풍이 저궤도 대기 밀도와 위성에 미치는 저항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진이 분석한 것은 2024년 5월 10일 오후 8시부터 12일 오전 4시까지 약 32시간 동안 발생한 초강력 태양폭풍이다.

태양폭풍은 태양에서 강한 에너지와 입자가 한꺼번에 방출되는 현상이다. 지구에 도달하면 지구 자기장과 대기를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지구 상층부의 대기가 가열되면서 부풀어 오르고, 평소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던 대기 저항이 저궤도 위성에 더 크게 작용하게 된다.

연구진이 도요샛의 궤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 태양폭풍이 가장 강했던 시점에는 위성 주변 대기 밀도가 평소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 영향으로 도요샛의 고도도 약 300m 낮아졌다.

태양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대기 밀도가 다시 낮아지면서 위성 주변 환경도 폭풍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우주에서 위성이 받는 대기 저항을 '항력'이라고 한다. 대기가 매우 희박한 저궤도에서는 항력이 작지만, 위성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장기간 누적되면 궤도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도요샛 연구진이 초강력 태양폭풍이 지구 저궤도 위성에 미치는 대기 저항(항력) 증가 효과를 정량적으로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슈퍼 태양폭풍 당시 도요샛 운용 가상도.(사진=천문연 제공) 

문제는 이처럼 희박한 대기의 변화를 직접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도요샛 3기의 궤도 변화를 비교했다. 비슷한 고도에서 함께 비행하는 위성들의 움직임을 분석하면 태양폭풍 전후로 대기 저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자세가 안정적으로 제어된 도요샛-나래의 궤도 정보를 이용해 계산한 대기 밀도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그레이스-팔로우온(GRACE-FO)' 관측자료와 상당히 일치했다.

비싼 측정 장비를 별도로 탑재하지 않더라도 위성의 궤도와 자세 정보만으로 저궤도 대기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러 대의 위성을 함께 운용하면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진다. 각 위성의 데이터를 비교하면 한 지점이 아닌 여러 지역에서 대기 밀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시간과 공간에 따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초저궤도 위성의 활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궤도 위성은 지구와 가까운 곳을 돌기 때문에 지상에서 더 선명한 영상을 촬영하거나 통신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국방과 통신, 지구관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구에 가까울수록 대기 저항도 커진다. 특히 태양활동이 강해져 대기 밀도가 갑자기 높아지면 위성의 궤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실제 2022년 2월에는 강한 태양활동으로 저궤도 대기 저항이 증가하면서 발사 직후 스타링크 위성 상당수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대기권으로 재진입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초저궤도 위성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태양활동에 따른 대기 변화를 미리 파악하고 궤도를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초소형위성 여러 대를 활용해 이러한 우주환경 변화를 비교적 저렴하게 관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요샛은 2023년 5월 25일 누리호 3차 발사를 통해 고도 약 550㎞의 태양동기궤도에 투입됐다. 당초 설계 수명은 1년이었지만 3년 넘게 임무를 이어가며 지구 전리권과 자기권의 플라즈마 변화를 관측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확보한 장기간의 관측자료를 활용해 태양폭풍이 위성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다.

논문 제1저자인 송호섭 천문연 박사는 "저궤도에서의 대기 저항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큐브위성을 이용해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초저궤도 위성 활용이 확대되는 만큼 대기 밀도를 여러 지점에서 정확히 예측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요샛 프로젝트 연구책임자인 이재진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설계 수명이 1년이었던 국산 초소형위성이 3년여간 꾸준히 우주환경 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더 많은 국산 초소형위성이 우주과학 연구뿐 아니라 국방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문연은 초저궤도 우주환경 감시를 위한 후속 위성 '도요샛 2(SNIPE-2)'를 기획하고 관련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스페이스 웨더(Space Weather)'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