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밀러 후기작 한국 무대로…연극 ‘산을 내려가다가’ 9월 개막
연극 ‘산을 내려가다가’ / 사진 = 극단 마루에 제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성공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온 한 남자가 교통사고를 계기로 자신이 9년 동안 감춰온 이중생활과 맞닥뜨린다. 극단 마루에의 연극 ‘산을 내려가다가’가 오는 9월 10일부터 서울 대학로 안똔체홉극장에서 공연된다.
‘산을 내려가다가’는 ‘세일즈맨의 죽음’, ‘시련’,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등으로 현대 미국 연극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후기작으로 황두진 연출이 한국 상황에 맞춰 번안했다.
원작은 1991년 영국 런던 윈덤스 극장에서 세계 초연됐다. 이후 미국에서 공연됐으며 2000년 브로드웨이 앰배서더 극장에 올라 121회 공연된 당시 토니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원작은 성공한 사업가 라이먼 펠트가 자동차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비밀스럽게 유지해 온 중혼 생활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린다. 물질적 성공과 개인의 욕망을 좇는 인물을 통해 이기적 개인주의와 도덕적 책임의 문제를 파고드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강상구역의 배우 정원중, 윤기향 역의 주유랑, 이은주 역의 손니나 배우 / 사진 = 극단 마루에 제공
번안과 연출은 황두진이 맡았다. 그는 이러한 원작의 골격을 한국 사회와 인물의 정서에 맞춰 옮긴다.
극의 중심에는 성공한 50대 사업가 ‘강상구’가 있다. 비가 쏟아지는 산길을 달리던 상구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지역의료원으로 실려 간다.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그의 병실에 서울에서 아내와 딸이 달려오고, 뒤이어 또 다른 아내가 나타난다. 9년 동안 철저하게 감춰왔던 이중결혼의 실체가 한순간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작품은 단순한 불륜이나 중혼의 폭로에 머물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한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과 자기합리화, 그 과정에서 상처 입은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위선을 들여다본다.
특히 상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온 선택들이 과연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결핍과 욕망을 채우기 위한 행위였는지를 되묻는다. 성공이라는 궤도에서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현대인이 사고를 통해 강제로 멈춰 선 뒤 비로소 자신의 삶과 대면한다는 설정도 작품의 핵심이다.
병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무대는 현실적인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상구가 현실에서 빠져나오듯 과거와 기억, 환상의 세계를 오가도록 구성해 현재와 과거, 현실과 내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를 통해 사고 이후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과 함께 상구가 살아온 시간과 욕망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무거운 윤리적 질문 속에서도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적극 활용한다. 두 아내의 존재가 동시에 드러나는 상황과 그 안에서도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남자의 태도는 긴장과 웃음을 교차시키며, 결국 관객에게 ‘삶의 진실과 책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연극 ‘산을 내려가다가’에서는 성공과 욕망을 좇으며 두 개의 가정을 유지하다 한순간에 삶의 민낯과 맞닥뜨리는 강상구역은 배우 정원중이 연기한다.
윤기향 역은 주유랑이 맡는다. 이은주 역은 손니나가, 강푸름 역은 김혜원이 출연하며 민경록, 김지수, 노창선이 각각 아버지, 최변호사, 간호사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 ‘산을 내려가다가’는 서울 대학로 안똔체홉극장에서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목·금 7시30분 ▷토 7시30분ㆍ3시 ▷일 3시에 공연된다. 예매는 플레이티켓을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