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의 기억…유희자 ‘남북 통합 3부작’ 완결작 ‘오빠 생각’
창작집단 유희자는 창작극 ‘오빠 생각’을 공연한다. 2026.08.21 / 사진 = 창작집단 유희자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일했던 개성공단의 기억이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다.
창작집단 유희자는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10년을 맞아 창작극 ‘오빠 생각’을 오는 9월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대학로 보라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오빠 생각’은 탈북민의 삶과 남북 통합의 문제를 꾸준히 무대에 담아온 창작집단 유희자의 남북통합문화 연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열번째 봄’, ‘흔들리며 피는 꽃’에 이어지는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정재춘 작가가 극본을 쓰고 손대원 연출가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작품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개성공단을 배경으로 남측과 북측 노동자들이 한 공간에서 일하며 충돌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신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생계를 위해 개성공단에 취업한 남측 청년 박태준과 원칙과 동료애 사이에서 현장을 지키는 북측 노동자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초코파이 한 봉지에도 사상 검열이 따르는 긴장된 현실 속에서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남과 북의 사람들이 일상을 공유하며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을 담아낸다.
여기에 한국전쟁 당시 남편과 헤어진 뒤 오랜 세월 상실의 기억을 안고 살아온 고용자 가족의 사연이 교차하며 분단의 시간을 세대의 문제로 확장한다.
치매를 앓는 고용자 역에는 배우 황연희가 출연한다. 황연희는 전쟁과 이별이 한 개인에게 남긴 상처와 그리움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풀어내며 작품의 중심을 이끌 예정이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동요 ‘오빠 생각’은 서로 다른 시대의 기억을 연결하는 주요 모티프로 사용된다. 익숙한 노래를 통해 전쟁과 실향의 아픔, 그리고 화해와 공존을 향한 희망을 하나의 정서로 이어간다.
손대원 연출가는 “분단 이후 80년 가까이 이어진 대립은 이산가족의 비극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살아온 모두가 짊어진 심리적·정서적 분단의 역사였다”며 “이번 작품은 정치적 언어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통해 그 상처를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일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오랜 분단을 겪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본래의 공동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와 체제가 만들어낸 경계 속에서도 결국 우리는 같은 노래를 부르며 살아온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관객들과 함께 확인하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2004년 가동을 시작한 개성공단은 2016년 전면 중단되기까지 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같은 생산 현장에서 일상을 공유했던 공간이다. 군사적 대치의 접경 지역이 협력의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남북 교류와 공존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소이기도 하다.
‘오빠 생각’은 이러한 개성공단을 거대한 정치적 사건의 공간으로 바라보기보다 그곳에서 실제로 만나고 부딪치며 관계를 만들어간 ‘사람들의 공간’으로 조명한다. 이념과 체제의 차이보다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연대와 신뢰에 무게를 둔다.
창작집단 유희자는 작품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개성공단 노동자와 주재원들의 증언을 비롯한 다양한 기록을 토대로 극을 구성했다. 북측 인물들의 언어와 생활문화를 보다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북향민 출신 언어 코치의 자문도 거쳤다.
‘오빠 생각’ 무대에서는 아코디언 실연과 상징적인 무대 언어를 활용해 개인의 기억과 한반도의 분단사를 연결하며 정치적 담론에 가두지 않고 개성공단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서 남과 북이 함께했던 시간을 다시 불러내며 분단 이후에도 이어져 온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다.
공연 ‘오빠 생각’은 대학로 보라아트홀에서 9월 9일부터 13일까지 평일 7시30분 주말 4시에 진행되며, 예매는 네이버 또는 NOL티켓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