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북미회담은 북·미가 결정할 일"…조현 "한반도 비핵화에 中 역할 당부"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자 외교부장이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및 중일한(10+3)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화/서울뉴스통신, 2025.07.10,  snakorea.rc@gmail.com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나 한중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북·미 정상회담 중재에 대해서는 양국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직접적인 개입에는 거리를 뒀다.

조 장관은 19일 저녁 왕 부장과 회담 및 만찬을 함께하며 한중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 정세 등 양국의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일정은 오후 6시15분께 시작해 약 4시간 뒤인 오후 10시15분께 마무리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 공존 구상을 왕 부장에게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소개하고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왕 부장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연속성과 안정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남북한이 평화 공존의 길로 나아가고 한반도의 안정과 발전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양측은 최근 개선되고 있는 한중관계를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조 장관은 양국 정상의 상호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중관계가 전면적인 회복 흐름에 들어선 만큼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의 발전이 국민들의 민생과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분야별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중국의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지지한다며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고위급 교류 준비에도 착수할 것을 제안했다.

왕 부장은 최근 양국 정상의 상호 국빈 방문을 통해 공동인식을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한중관계가 안정적인 개선·발전 흐름에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선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양국 정상 간 회동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조 장관의 중국 방문도 공식 초청했다. 조 장관은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양국 외교채널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방중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경제와 민간 교류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조 장관은 양국 간 정치적 신뢰를 강화하는 동시에 수평적인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양국 간 인적교류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민 간 교류와 우호적인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자고 했다.

양측은 내년 한중수교 35주년을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로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과 공급망 안정화, 판다 도입, 인적·문화 교류,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 사적지 관리·보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우리 측 입장을 전달했다. 조 장관은 서해 문제 등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해 한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설명하고 양국이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도 당부했다.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6.08.19. nimini73@daum.net

양 장관은 역내 및 글로벌 정세에 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조 장관은 국가 간 정치·경제적 연결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며 공동의 이익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최근 별세한 주룽지 전 중국 국무원 총리에 대해서도 유가족과 중국 국민에게 애도와 추모의 뜻을 전달했다.

왕 부장이 양자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2021년 9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이후 약 11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선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왕 부장은 중국의 북·미 대화 중재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왕 부장은 회담 이후 취재진의 북·미 정상회담 중재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것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결정할 일"이라며 "특히 미국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대북 적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미 대화 재개 과정에 직접 중재자로 나서기보다는 북한과 미국이 직접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관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왕 부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가 개선과 발전의 궤도에 들어섰다며 이는 양국의 이익과 국민들의 기대에 모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왕 부장은 한중관계를 "영원한 우호적인 이웃"이자 "지속적인 협력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이고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재명 정부를 친중 성향으로 평가하는 데 대한 질문에는 한국 정부가 한국의 국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과 우호적으로 협력하는 것 역시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