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의료 접근성 도시보다 5배 길어…“미래형 생활권 전환해야”

농촌 면 지역 주민이 주요 진료과목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 도시보다 5배 가까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건강관리 [사진=여주시]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농촌 면 지역 주민이 주요 진료과목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 도시보다 5배 가까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병원·상점 등 생활서비스 기반이 빠르게 약화하는 만큼, 농촌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국가균형성장의 거점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농촌정책 전환을 위한 전략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면 지역 주민이 주요 진료과목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은 평균 26.2분으로 조사됐다. 도시 지역의 5.4분과 비교하면 약 4.9배 긴 수준이다.

의료서비스 공급도 도시에 크게 편중돼 있다.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면 지역에 위치한 기관은 6.5%에 그쳤으며, 장기요양기관 등 돌봄 기반 역시 군 지역에 전체의 12.9%만 분포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도 부족했다. 세탁소가 없는 면 지역은 23.8%, 학원이 없는 곳은 19.7%, 목욕탕이 없는 곳은 15.0%였다. 식료품점과 음식점, 카페, 학원 등 9대 생활밀착 업종의 81.2%가 도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의 생활서비스 기반이 약해지는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농촌 인구는 약 97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8%를 차지했다. 특히 면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10년 27.8%에서 2024년 36.8%까지 높아졌다.

인구 2000명 미만인 읍·면도 크게 늘었다. 1990년 30곳이었던 해당 지역은 2024년 396곳으로 증가해 전체 읍·면의 28.2%를 차지했다. 인구감소지역에 속한 군에서는 이 비율이 39.3%까지 높아졌다.

다만 농촌으로 유입되거나 농촌을 경제활동의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4년 귀농·귀촌 인구는 43만3499명으로 40만명대를 유지했고, 도시민의 농촌관광 경험률은 2003년 8.1%에서 2024년 43.8%로 상승했다.

농촌지역 창업도 증가세다. 2010년 약 6만7000건이었던 창업은 2023년 17만9000건으로 2.7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창업에서 농촌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4%에서 21%로 확대됐다.

KREI는 농촌을 둘러싼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기존의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확충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생활·경제·환경·문화 기능을 하나로 묶는 공간 단위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6~2027년 소멸위기 지역 10개 시·군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월 15만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지역순환경제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본소득을 단순 현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역 농산물 소비와 돌봄·배송 서비스, 주민 공동체 활동 등과 연결해 지역 안에서 소비와 생산이 순환하도록 활용하자는 것이다.

생활거점과 경제·관광 등 활력거점을 연결하는 미래형 농촌생활권을 조성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수요응답형 교통과 찾아가는 생활서비스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빈집 문제에 대해서는 활용 가능한 주택을 주거·창업·체류 공간으로 재생하고, 안전상 문제가 있는 빈집은 철거하는 민관 협력형 재생 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성주인 KREI 선임연구위원은 “농촌정책은 단순히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농촌이 가진 경제·환경·문화적 가치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