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카카오뱅크, 원화 스테이블코인 패권전쟁 — 김치 프리미엄의 종말이 시작됐나

7월 23일, Circle은 같은 날 두 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나는 카카오그룹(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포함), 다른 하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토스뱅크. 글로벌 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한국 핀테크 양대 진영 모두에 손을 내민 것이다. 같은 시각, 하나금융은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지분 6.55%를 약 1조 원에 인수한 뒤 GIWA 블록체인 기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청사진을 확정지었고, KB국민은행은 카이아(Kaia) 체인에서 오프라인 가맹점 결제·송금 시범운영을 5월에 마쳤다.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법안 통과 전에 이미 전장이 됐다. 그리고 이 전장의 결과가 김치 프리미엄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세 개의 연합, 하나의 표준을 향해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은 크게 세 축으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하나금융-두나무-네이버 연합이다.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그룹 최우선 신사업으로 지목하며 “발행부터 유통, 사용, 순환까지 완결된 생태계를 설계하는 시장 건축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5월 두나무 지분 인수 이후, 하나금융은 BNK금융·iM금융·SC제일은행·OK저축은행·JB금융까지 은행 6곳을 컨소시엄에 확보하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진형을 갖췄다. 여기에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기업가치 약 100억 달러 규모)이 9월 공정위 심사를 앞두고 있어, 합병이 성사되면 업비트의 거래 유통망과 네이버페이의 결제 인프라, 하나은행의 외환 네트워크가 하나로 묶인다. 발행-유통-결제를 단번에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두 번째는 카카오 진영이다. 카카오톡 이용자 기반, 카카오페이의 4,200만 등록 사용자, 카카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인프라를 통합한 W2W(wallet-to-wallet)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2025년 중반부터 PKRW·KKRW·KRWP 등 18건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출원했고, 카카오뱅크도 BKRW·KRWB 등 12건의 상표권을 확보했다. 기술 기반은 클레이튼과 라인의 핀시아 네트워크가 합병해 탄생한 카이아(Kaia) 퍼블릭 체인이다. 카카오그룹 정신아 대표는 1월 신년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K-콘텐츠 팬덤을 글로벌 결제 생태계로 연결하겠다는 ‘글로벌 팬덤 OS’ 전략을 밝힌 바 있다. 7월 Circle과의 MOU 체결은 이 전략에 글로벌 달러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결합하려는 포석이다.

세 번째 축은 토스뱅크다. 6월 19일 솔라나 재단과 전략적 MOU를 체결하고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결제 PoC(개념증명)에 착수했다. 약 1,5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한 국내 3위 인터넷전문은행이 퍼블릭 체인 위에 송금 인프라를 올려놓겠다고 선언한 것은 업계 최초였다. 7월에는 Circle과도 MOU를 맺어 생체인증 결제, USDC 연동 금융상품, 프로그래머블 온체인 결제, 기존 은행 계좌와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연결 등을 탐색하기로 했다.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미국 IPO를 100억 달러 이상 밸류에이션으로 추진 중이며, 블록체인 결제 역량은 미국 투자자를 겨냥한 성장 서사의 핵심 축이다.

51% 룰, 그리고 법안의 공백
세 진영이 법안 확정 전에 전력질주하는 이유가 있다. 가상자산 기본법 2단계 입법이 아직 국회에서 공전 중이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발행 주체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은행 과반(50%+1주) 컨소시엄부터 허용해야 한다는 ‘51% 룰’을 밀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TF는 핀테크·플랫폼 기업에도 발행권을 개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은행법상 은행이 비금융 회사 지분을 15% 이상 소유할 수 없는 규정과의 충돌 문제도 남아 있다. 법안은 2026년 하반기 최우선 추진과제로 지정됐지만, 통과 시점은 불확실하다.

법안의 공백이 역설적으로 경쟁을 가속화했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은행 중심 모델로 확정되면 하나금융 컨소시엄처럼 이미 은행 파트너를 확보한 쪽이 유리하고, 핀테크에도 문이 열리면 카카오페이나 토스뱅크의 4,000만~5,000만 이용자 기반이 결정적 무기가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의 표현처럼 “법이 먼저가 아니라 판을 먼저 짜는 쪽이 표준을 가져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과 P2P 시장에 대한 함의
이 경쟁이 중요한 이유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김치 프리미엄의 구조적 원인 자체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치 프리미엄은 본질적으로 자본 통제의 산물이다. 한국 거주자가 해외 거래소로 자금을 이동시키기 어렵고, 외국인이 국내 거래소에 직접 접근할 수 없는 폐쇄 구조가 가격 괴리를 만들어낸다. 현재 P2P 시장에서는 linrate.com, gyohwangi.online, excoins.online, coirmajestic.com, wowexchange-online.com 같은 서비스들이 외국인과 한국 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p2ptop.kr 같은 어그리게이터가 라이선스 업체 비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시장의 존재 자체가 공식 경로의 마찰 비용을 방증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유통되면, 해외 송금과 자산 이동의 마찰이 줄어든다. 카카오 진영이 구상하는 K-콘텐츠 결제 연동이나, 토스뱅크가 시험 중인 솔라나 기반 해외 송금이 실제 서비스로 전환될 경우, 한국 원화와 해외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이의 전환 비용이 현격히 낮아진다. 이론적으로 이는 김치 프리미엄을 압축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2026년 1분기에만 한국 거래소에서 약 400억 달러가 해외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흐름이 정식 원화 스테이블코인 채널로 편입되면 P2P 시장의 구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데이터는 흥미로운 신호를 보여준다. CryptoQuant에 따르면 8월 초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은 평균 -0.48%, 이더리움은 -0.49%를 기록했다. 올해 221거래일 중 비트코인이 역프리미엄(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낮은 상태)을 나타낸 날은 123일로, 2020년 7월 집계 시작 이래 역프리미엄 일수가 정프리미엄 일수를 처음으로 초과했다. 6월 20일부터 7월 24일까지는 35거래일 연속 역프리미엄이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국내 투자 심리 위축, 파생상품 서비스 부재, 가상자산 과세 시행 예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원화의 반등, 그리고 남은 변수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원화 환율의 변화다. 올해 USD/KRW는 1,559원대 고점에서 8월 현재 1,410~1,430원대까지 하락했다. SK하이닉스 ADR 환전 수요와 7월 수출 호조(반도체 수출 전년 대비 179% 급증)가 원화를 끌어올렸다. 원화 강세는 김치 프리미엄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원화 표시 가격이 달러 환산 시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역프리미엄 국면이 원화 반등과 겹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디지털자산 시장 전문 애널리스트 박민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경쟁이 김치 프리미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아직 아니다”라면서도 “법안이 통과되고 실제 발행이 이뤄지면 한국 시장의 폐쇄성이 구조적으로 완화될 수밖에 없고, 그때 프리미엄의 상한선 자체가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은행 51% 룰이 확정되면 핀테크 진영이 독자적으로 코인을 발행하지 못하게 되므로,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속도와 접근성은 은행 시스템의 한계에 묶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그 경우 P2P 시장의 역할이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규제 차익을 노리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표준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한국 크립토 시장의 자금 흐름 지도가 다시 그려진다. 하나금융-두나무 연합이 업비트 트래픽과 은행 외환망을 결합하느냐, 카카오가 5,000만 메신저 이용자를 W2W 결제로 전환하느냐, 토스뱅크가 IPO 이후 글로벌 송금 인프라를 실가동하느냐 — 세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 현실화되든, 김치 프리미엄을 만들어내던 장벽의 높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9월 네이버-두나무 합병 공정위 심사 결과와 하반기 가상자산 기본법 입법 동향이 이 경쟁의 다음 분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