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가 만든 온도차: 서울 장외 시장이 뜨거워지는 이유
8월 6일 오전 비트코인은 6만 451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1년 전보다 약 5만 500달러 낮은 수준이다. 같은 시각 국내 거래소 이용자는 동일한 코인에 약 2%를 더 지불했다. 코인 한 개당 1300달러 안팎의 격차다. 글로벌 시장이 지지부진한 국면에서도 이 간격이 줄지 않는다는 사실이, 서울 장외 거래 수요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프리미엄은 가격이 아니라 체온을 잰다
올해 김치 프리미엄의 궤적은 급격했다. 3월 초 미국·이란 갈등이 불거지자 지수는 마이너스 2.27%의 디스카운트까지 밀렸고, 5월에는 1.98%로 회복해 2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업비트 가격과 글로벌 거래량 가중평균으로 계산하면 같은 시점 프리미엄은 0.77%에 그쳤다. 두 수치의 간극은 계산 방식의 차이만이 아니다. 할증이 시장 전반에 고르게 퍼져 있지 않고 특정 거래소, 특정 종목에 응축돼 있다는 신호다.
여름 들어 격차는 다시 벌어졌다. 체이널리시스는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사이의 가격 차이가 최근 몇 달 사이 확대됐다고 분석하면서,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동한 자금 규모와 프리미엄 크기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할증은 매수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내 수요가 제한된 공급에 부딪힐 때 비로소 벌어진다.
환율이 만든 수요, 규제가 지킨 격차
수요의 뿌리는 원화에 있다. 6월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82.99로 17년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명목 환율은 이후 상당히 되돌려졌다. 달러·원은 최근 3개월 고점 1558.78원, 1개월 고점 1530.10원을 기록한 뒤 30일 평균 1474원 수준으로 내려왔고, 8월 5일 기준으로는 1424원 부근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물가 격차와 교역 상대국 통화 바스켓을 반영하는 실질 지표는 여전히 바닥권이다. 명목 반등과 실질 정체 사이의 이 간극이 원화 이탈 수요를 계속 만들어낸다.
만들어진 수요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제도에 있다. 엄격한 자본 통제와 자금세탁방지 규정 탓에 해외 거래소에서 싸게 사서 국내에서 비싸게 파는 전형적 차익거래는 실행이 어렵다. 규제 비용이 마진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실명계좌 연동 요건은 유동성을 국경 안에 묶어둔다. 업비트·빗썸·코인원의 호가는 그래서 글로벌 평균을 향해 수렴하지 못한다.
장외로 흘러간 물량
거래소 호가에 반영되지 않는 수요는 장외로 향한다. p2ptop.kr 같은 환전 비교 서비스에서 linrate, gyohwangi, excoins, coirmajestic, wowexchange 등 개별 사업자의 고시 환율이 벌어지는 폭 자체가, 원화 이탈 압력을 재는 또 하나의 눈금이 된다. 스프레드 확대는 통상 거래소 프리미엄 상승에 며칠 앞서 나타난다.
전망
“할증률은 비트코인 가격의 함수에서 원화 신뢰도의 함수로 바뀌었다”고 강태윤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실질실효환율이 85 아래에 머무는 한 1.5~3% 구간은 유지된다. 달러·원이 1520원대를 회복하면 2~3주 안에 프리미엄은 5% 선을 시험할 것이고, 1380원까지 강세로 간다면 1% 부근까지 압축되겠지만 소멸하지는 않는다. 구조적 장벽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7월의 원화 반등이 추세 전환이었는지 기술적 되돌림이었는지는 아직 판별되지 않았다. 장외 스프레드가 외환시장보다 먼저 답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