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디지털치료 앱, 우울증·조울증 재발 위험 크게 낮췄다

이헌정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일주기 생체리듬 기반 디지털 치료 앱의 다기관 임상시험 결과를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 사진 = 유토이미지 제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가 우울증과 양극성장애(조울증) 환자의 재발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디지털 치료기기의 임상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5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 연구팀(제1저자 염지원·정재권 교수)은 일주기 생체리듬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 애플리케이션 'CRM(Circadian Rhythm for Mood)'의 다기관 임상시험 결과를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우울증과 양극성장애는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재발률이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증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의료계의 주요 과제로 꼽혀왔다.

연구팀이 개발한 CRM은 생체리듬의 불균형이 기분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약 24시간 주기로 반복되는 생체시계가 흔들리면 우울이나 조증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생활 속에서 생체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앱은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되는 활동량과 심박수, 수면 정보, 스마트폰 광센서를 통한 빛 노출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해 향후 3일간의 기분 상태를 예측한다. 이를 토대로 개인별 적정 기상 시간과 빛 노출 시점, 활동 리듬 관리 방법 등을 맞춤형으로 안내해 규칙적인 생활 습관 형성을 지원한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구로병원, 안산병원,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부산대학교병원 등 전국 5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다기관·이중맹검·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우울증 또는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은 뒤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성인 환자 93명을 대상으로 실제 치료 기능이 적용된 CRM 앱 사용군(47명)과 동일한 형태지만 치료 기능이 없는 가짜 앱 사용군(46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1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 참여자와 연구진 모두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 알 수 없도록 설계해 연구의 객관성을 높였다.

분석 결과 치료 기능이 없는 앱을 사용한 그룹의 기분장애 재발 위험은 CRM 앱 사용자보다 약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 재발 건수는 CRM 앱 사용군이 41.1건이었던 반면, 가짜 앱 사용군은 139.3건으로 집계됐다.

또한 CRM 앱 사용군은 첫 재발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길었고, 재발 후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았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해당 앱이 재발 예방뿐 아니라 증상 회복과 안정 상태 유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우울삽화와 경조증삽화를 각각 분석한 결과에서도 CRM 앱 사용군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다만 조증삽화는 발생 사례가 4건에 불과해 통계적 해석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안전성도 확인됐다. 연구 기간 동안 앱 사용과 관련한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제1저자인 염지원 교수와 정재권 교수는 "웨어러블과 스마트폰 센서에서 수집된 수동 데이터만으로 생체리듬을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이중맹검·샴 대조 방식으로 검증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며 "앞으로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을 개선한 후속 연구와 함께 생체지표를 활용한 작용 기전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CRM 앱은 고려대학교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인 휴서카디안이 개발했다. 이헌정 교수는 해당 기업의 공동 창업자이며, 연구팀은 회사가 플랫폼만 제공했을 뿐 연구 설계와 데이터 수집, 분석 및 결과 해석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중소벤처기업부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