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먹고 살아남은 미래…연극 '달수랑 정직이랑 바다아이'

제47회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으로 선정된 연극 '달수랑 정직이랑 바다아이' 2026.06.11 / 사진 = 창작집단 몽상공장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제47회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으로 선정된 연극 '달수랑 정직이랑 바다아이'가 오는 14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창작집단 몽상공장이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방사능 폭풍이 세상을 휩쓴 지 50년이 지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의 욕망과 상처가 응축된 폐허의 구도심에서 흡혈인간과 안드로이드, 그리고 한 소녀가 서로의 결핍을 끌어안으며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SF와 느와르 장르로 풀어냈다.

특히 장르적 상상력과 사회적 은유를 결합한 독창적인 서사로 올해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 가운데서도 이색적인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대는 비닐과 호스 등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해 꾸민 '달수네 전당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공간은 삭막한 미래 도시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채혈 기계가 만들어내는 기괴한 소리와 재즈풍 캐럴 음악은 극의 긴장감과 아이러니를 극대화한다.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연출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인물들이 처한 절망적인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관객들을 작품 속 세계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설정도 작품의 중요한 축이다.

유전적 변이로 피를 마셔야 생존할 수 있는 흡혈인간 달수는 생존을 위해 타인을 착취해야 하는 비극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감정을 연기하도록 설계된 안드로이드 정직은 비폭력 알고리즘과 가족에 대한 집착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고민을 드러낸다.

여기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바다'를 꿈꾸는 여고생 해아가 더해지면서 세 인물은 서로를 의지하고 상처를 보듬는 기묘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가족 같은 따뜻함과 위태로운 긴장감이 교차하는 이들의 관계는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작품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오늘날 우리 사회를 향한 질문을 던진다. 타인의 희생 위에서 유지되는 삶, 보호받지 못한 존재들의 외로움,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인간성에 대한 고민이 극 전반을 관통한다.

극 후반부 달수와 정직이 해아를 위해 내리는 선택은 관객들에게 진정한 구원과 희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화려한 SF적 설정 이면에 인간 존재에 대한 묵직한 성찰을 담아낸 것이다.

변영후 연출은 "미래에 대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만, 그 비극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인간성의 온기를 담고 싶었다"며 "무거운 주제의식을 유머와 감성으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연극 '달수랑 정직이랑 바다아이'는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에 공연되며 인터미션 없이 90분간 진행된다. 예매는 플레이티켓과 예스24티켓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