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집 마련' 양극화 심화…"저소득층, 29년 모아야, 중산층도 10년 6개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2023.10.23)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계층 간 격차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기업 성과급 등을 쥐고 부동산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는 고소득층과 달리, 저소득층에게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 되어간다는 분석이다.

2일 KB부동산 데이터허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의 소득 3분위(상위 40~60%인 중산층) 가구가 서울의 중간 가격대(3분위) 주택을 구입할 때의 PIR(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0.49로 집계됐다.

PIR은 가구가 연 소득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집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을 뜻한다. 즉, 대한민국 평균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중산층 가구가 숨만 쉬고 월급을 고스란히 10년 6개월 동안 모아야 겨우 서울에 중간 수준의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 기록한 10.49라는 수치는 지난 2023년 5월(10.49)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또다시 10.5선에 바짝 다가선 결과다. 그동안 서울의 중산층 PIR은 9대 중반에서 10대 중반 사이를 오르내렸다. 특히 지난해 7월 9.65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줄곧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서민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서울 집값이 뛰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 집 마련에 걸리는 기간은 소득 수준에 따라 잔인할 정도로 갈렸다.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가 중간 가격대 주택을 살 때는 4.44년(PIR 4.44)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무려 29.36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계층 간의 격차는 6.6배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격차가 매년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년 전인 2025년 3월과 비교했을 때, 고소득층(5분위)의 PIR은 4.27에서 4.44로 0.17년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저소득층(1분위)의 PIR은 27.35에서 29.36으로 불과 1년 만에 2년 이상 급증했다. 저소득층이 서울에서 집을 사기 위해 모아야 하는 기간만 매년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주거 양극화의 밑바닥에는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의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고소득층(5분위)의 소득 증가율은 4.5%로 저소득층(1분위)의 소득 증가율인 2.7%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두 계층 간의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6.59배까지 치솟으며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의 다주택자 처분 압박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이 맞물리면서 경기도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부동산_2025.10.20) / 사진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자산 시장에서도 고소득층은 늘어난 소득과 성과급을 방패 삼아 인플레이션과 집값 상승세를 방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아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기업 사업장과 가깝거나 통근 셔틀버스 노선이 잘 갖춰진 수도권 핵심 지역에 젊은 고소득층의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용인 수지구의 주택 매매가격은 8.16% 오르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화성 동탄 역시 4.48%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쥐꼬리만 한 소득 상승률에 그친 저소득층은 이 같은 자산 가격 상승의 랠리에서 철저히 소외된 채, 내 집 마련이라는 꿈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제 정부는 단순히 규제를 풀고 조이는 정책에서 벗어나,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는 등 실질적인 ‘주거 복지 정책’에 시급히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